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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메모리 공장’ 3대 난관…①인건비 2배에 이미 철수 경험

입력 | 2026-01-20 04:30:00

[美 전방위 반도체 압박] 韓반도체 ‘美투자’ 우려 3가지
② “주문형 파운드리와 상황 달라”… 용인산단 가동땐 과잉 공급 가능성
③ ‘반도체 보조금’도 뒤집는데… “3년뒤 정책 유지될지 몰라” 불안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부 모습. 2017년 방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공에서 평택캠퍼스를 보고 그 규모에 놀라 “저런 것을 미국에 지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조 바이든 당시 미 대통령은 첫 방한에서 평택캠퍼스를 직접 방문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 SK는 모두 미국에서 메모리를 만들다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생산비가 계속 오르니 아시아에 주로 투자하게 된 거죠.”

한 국내 반도체 기업 임원은 최근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메모리 반도체 투자 압박이 커지자 “공장 건설부터 운영은 물론, 인력 구하는 것조차 엄청난 리스크”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들은 미국의 높은 반도체 생산 비용과 과잉 투자 우려, 일관성 없는 미국의 산업정책을 대미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 고비용에 이미 철수 경험

가장 큰 부담은 막대한 비용이다. 업계 자체 추산으로 미국에서 공장을 짓는 데 드는 비용과 완공 후 생산비 모두 국내의 2배 이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싼 임금과 적은 근로시간, 낮은 생산성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실제 국내 기업들은 비용 문제로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포기한 전력이 있다. 삼성전자는 1997년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을 짓고 처음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했다가 수익성 악화에 신사업 전환 목적으로 2012년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설로 바꿨다.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도 1998년 설립한 오리건주 메모리 공장의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2008년 가동을 중단하고 매각했다.

인력난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30여 년간 반도체 제조에 손을 놓은 미국은 엔지니어나 숙련공이 턱없이 부족하다. 맥킨지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서 부족한 인력이 2029년 기준 14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시작한 TSMC는 결국 대만에서 대거 인력을 데려와 대응하고 있다. 현지에 ‘리틀 타이베이’란 대만인 거주 단지가 형성될 정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만 관리직과 현지 고용 인력 간 불화로 소송전이 이어지고, 공장 건설이 지연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TSMC에 해준 것처럼 전문 인력을 위한 비자를 크게 늘려주지 않는다면 인력난이 계속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지난해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 대한 이민당국의 단속과 대규모 체포 사태는 한국 산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 “용인 클러스터도 있는데…” 과잉 공급 우려

과잉 공급 리스크도 문제다. 삼성과 SK가 960조 원 투자를 단행한 국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가동을 시작한다. 여기에 미국 공장의 추가 생산분까지 더하면 메모리 과잉 공급이 촉발될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업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지금은 인공지능(AI)발 ‘슈퍼사이클’로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몸’이 됐지만 불과 2023년만 해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모두 영업적자를 볼 정도로 업황이 악화된 바 있다.

대만 TSMC의 파운드리와 상황이 다른 대목이다. 전 세계 파운드리의 70%를 차지하는 TSMC는 고객사의 주문에 따라 맞춤형 생산을 하기 때문에 과잉 공급 우려가 높지 않다. 필요한 만큼 생산해 팔면 된다. 높은 협상력으로 가격 조정도 비교적 용이하다. 반면 메모리 업계는 삼성, SK, 마이크론 등의 과점 구조여서 공급 과잉이 생기면 메모리 가격이 폭락하고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최근 미국 행정부의 일관성 없는 산업정책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반도체 보조금도 실제 지급될지 불확실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4년 미 상무부와 투자금의 약 10∼12% 규모의 보조금을 받기로 계약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두고 “과도하다”며 재협상을 지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미국에 투자해도 다음 정부에서 또 다른 요구를 해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미국의 반도체 압박을 지나칠 수 없어 기업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생산이 비싸다면 아시아 생산 비용도 ‘관세 100%’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재계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뿐 아니라 기술 특허, 중국 수출통제 등 다양한 수단으로 전방위 압박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반도체 경쟁사인 마이크론도 미 본토 생산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을 향한 미국의 투자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우려 요소들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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