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옥타비아 버틀러 지음·장성주 옮김/456쪽·2만 원·허블
20세기 후반 과학소설(SF)의 거장으로 꼽히는 미국 흑인 여성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다. 저자는 백인 엘리트 남성 위주로 돌아가던 SF계의 장벽을 뚫고서 세계적인 SF문학상인 휴고상 등을 거머쥐었다. ‘새벽’은 저자가 펴낸 제노제네시스(Xenogenesis·‘낯선 것’과 ‘창세기’의 합성어로, 부모 세대와 완전히 다른 자녀 세대의 출현을 일컬음) 3부작의 첫 편에 해당한다.
소설은 외계 생명체를 정벌하거나, 혹은 화합을 이루는 단면적 서사에 매몰되지 않는다. 촉수 괴물은 주인공 릴리스를 생물학적 실험 대상으로 삼는 동시에 릴리스를 가족처럼 돌보고 멸종과 암으로부터 구원한다. 여기에 더해진 관능적 문체는 두 존재의 관계를 우열이나 선악에 따라 규정하기보다 폭력적 연인, 선량한 독재자 등 모순적인 관계로 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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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지능적이고 위계적인 존재로 만들어 주는 복잡한 유전자 조합은 당신들이 인정하든 하지 않든 장애물로 남을 것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