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16일 발생한 화재로 마을 일대가 연기로 뒤덮있다. 이날 오전 5시경 4지구에서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6지구까지 번졌고 오후 1시 28분경 진화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165가구 258명이 대피했고 18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뉴시스
1992년부터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 살아왔다는 80대 김모 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했다. 서울 강남 일대가 저층 주거지에서 초고층 빌딩 숲으로 바뀌는 동안 30년 넘게 살아온 김 씨의 판잣집은 하룻밤 새 잿더미가 됐다. 오랜 터전에서 겨우 챙겨 나온 짐은 작은 가방과 비닐 봉지 하나뿐이었다.
16일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경 개포동 구룡마을 6개 지구 가운데 4지구에서 불이 나 8시간 28분 만인 오후 1시 28분경 진화됐다. 강한 바람으로 거세진 화재로 165가구 258명이 대피했고 18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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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불이나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6.1.16/뉴스1
이날 화재 현장엔 주택 철골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녹아내린 보일러 배관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콘크리트 전봇대조차 철근이 드러난 채 길 한복판을 가로막고 있었다.
길게는 40년 가까이 이곳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 35년간 구룡마을에 거주해 왔다는 최모 씨(82)는 바짝 마른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는 “얼마 전 빙판에 넘어져 갈비뼈에 금이 가 집 안에 누워 있었는데 겨우 빠져나왔다”며 “옷도 사진도 냉장고도 모두 탔다. 남은 게 없다”고 말했다. 20여 년간 이곳에 살았다는 정미숙(가명·62) 씨는 “하루 일당 12만 원 받는 식당 일로 생계를 이어왔는데, 몸과 옷가지만 겨우 챙겨 나왔다”며 “저축도 없어 앞이 막막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구룡중학교에 임시 대피소를 마련하고 강남구 내 호텔 2곳에 임시 거처를 확보 했다. 강남구는 구호물품을 확보해 임시 대피소에 배치해 이재민들이 보다 안정적인 임시 거처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를 마치는 대로 화재 감식과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과 재산 피해 규모를 파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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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