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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도체에 더 광범위한 관세 부과”…한국에 불똥 튀나

입력 | 2026-01-15 10:19:00

美에 수입뒤 中에 재수출 AI칩에 25% 관세
삼성-하이닉스 공급하는 엔비디아 겨냥한듯
여한구 통상본부장 귀국 연기하며 영향 파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전국 공립학교 급식에 일반 우유(whole milk·전유) 제공을 재도입하는 법안에 서명하기 전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전유는 훌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에는 낙농민들과 그들 자녀도 참석했다. 2026.01.15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미국으로 수입된 후 다른 나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미국의 기술 공급망 구축과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하지 않는 일부 첨단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조치는 미국을 거쳐 다른 나라로 다시 수출되는 반도체를 포함해 엔비디아의 대중 수출을 염두에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엔비디아 공급망에 연결하고 있어서 국내 반도체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포고문이 발표된 뒤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귀국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14일 공개한 포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장관은 반도체, 반도체 제조 장비 및 그 파생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정도의 양이 미국으로 수입되고 있다는 의견을 저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관은 현재의 반도체, 반도체 제조 장비 및 그 파생 제품 수입량과 상황이 국가 안보와 경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장관은 미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이 예상되는 국가 방위 수요를 충족하고 성장하는 상업 산업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에 너무 낮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단계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강화할 잠재력을 가진 해외 국가들과 지속적인 무역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에 수입된 특정 반도체가 미국의 기술 공급망 구축이나 반도체 파생 상품의 국내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하지 않을 경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포고문에 명시했다.

백악관은 별도의 팩트시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및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대만 TSMC에서 생산돼 미국을 거쳐 다시 중국에 수출되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0’ 등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H200를 가리켜 “그것은 최고 사양은 아니지만 아주 좋은 수준의 칩이다. 중국은 그것을 원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원한다”며 “우리는 그 칩 판매액의 25%를 벌게 될 것이다. 아주 훌륭한 거래”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H200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엔비디아의 최첨단AI칩인 ‘블랙웰’과 곧 출시 예정인 ‘루빈’을 언급하면서 “그 두 개가 최상위이지만, 이것(H200)도 아주 좋은 칩”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가 한국 기업에도 간접적 파급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에 미국을 방문 중인 여 본부장은 돌연 귀국을 연기했다.

여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의 유니온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관세 관련 포고문이 한국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새롭게 반도체와 핵심광물 관련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발표됐는데 하루 더 (워싱턴에) 묵으면서 좀 진상 파악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우리가 면밀하게 (관련 포고문 및 행정명령을) 지켜보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지금 뭐라고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며 “그걸 (산업부) 본부와 업계가 협업하면서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겠다며 판매액의 25%가 미국에 지급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미국 상무부도 전날 원칙적으로 중국 수출이 금지됐던 H200등에 대해 개별 심사를 거치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엔비디아의 AI칩은 사실상 전량 대만의 TSMC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실어오기 때문에 ‘수입 후 재수출’ 절차를 밟게 된다. 이번 조치는 H200의 중국 수출길을 열어주는 대신 일종의 ‘통행세’를 걷는 셈이다.

다만 중국은 최근 대중 수출길이 열린 엔비디아의 ‘H200’에 대해 통관금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세관 당국은 최근 세관 요원들에게 H200 칩의 중국 반입을 허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가 중국 내 매출 일부를 정부에 지급하는 조건으로 H200의 수출을 허용했지만 정작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위해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H200은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 ‘블랙웰’, 올해 중으로 출시 예정인 ‘루빈’만큼의 성능을 보유하진 못했다. 다만 중국 수출이 허용된 엔비디아의 저사양 반도체 H20이나, 중국 기업이 자체 생산하는 제품보다는 월등히 높은 성능을 갖췄단 평가를 받는다. 김예슬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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