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은 뇌에 각인된 중독적 습관 불안-우울-스트레스와 음식 연결 먹고 싶은 욕구 억제 아닌 이해로 찬찬히 관찰하며 식습관 재설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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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은 우리를 주눅 들게 한다. 하지만 저드슨 브루어 미 브라운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먹는 걸 멈추지 못하는 건 의지가 아닌 뇌가 학습한 습관의 결과”라고 말한다. 중독심리학 거장인 그는 지난해 국내 출간한 ‘식탐 해방’(푸른숲)에서 식탐과 다이어트를 둘러싼 오해를 풀어냈다. ‘다이어트 계획 리셋’ 시기인 새해를 맞아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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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향한 갈망
저드슨 브루어 미 브라운대 교수. 유튜브 캡쳐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전두엽 활동이 줄어들어요. 이때 뇌는 과거 위안을 줬던 행동을 자동으로 실행하죠. 달고 짠 음식이 불안과 우울을 달래줬다면, 그 감정과 ‘단짠 음식’을 연결해버리는 겁니다. 세상엔 유혹적인 가공 음식과 ‘먹는 방송’이 넘쳐나죠. 식욕을 의지력 문제라고 여기는 건,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과 같아요.”
그는 특히 청소년기를 조심하라고 했다. 이 시기는 음식이 감정과 연결되기 쉬운 요소를 두루 갖췄다. 청소년들은 충동 조절 능력이 미숙하고 보상 추구 경향은 강하다. 학업, 교우 관계, 진로 고민 등 스트레스 요인은 넘쳐난다. 브루어 교수는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나 부정적 감정을 음식 대신 운동, 대화, 취미 등으로 해소하도록 도와야 한다”라고 했다.
특정 맛을 향한 뇌의 신호는 이성보다 감정에 먼저 연결된다. 음식에 마음이 끌려도 이성으로 통제할 순 없는 걸까. 브루어 교수는 “뇌는 음식의 유혹 앞에서 감정이 이성보다 먼저 반응하도록 발달했다. 그래서 식습관을 바꾸려면 논리와 이성에 기댄 설득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인류 여명기엔 분석보다 감정적 반응이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어요. 위험을 감지하는 즉시 반응하도록 하는 감정, 즉 ‘촉’이 나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죠. 이런 뇌 시스템은 오늘날에도 유효해요. ‘먹어서 이로울 게 없다’는 논리와 이성이 보상을 요구하는 감정에 밀리는 거죠. 그래서 칼로리나 영양학을 교육하는 것만으로는 식습관을 바꾸기 어려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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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과 자기친절
‘자책→스트레스 반응→정서적 폭식’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브루어 교수는 몸의 신호를 파악해 뇌의 패턴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핵심은 호기심이다. 식욕이 치솟을 때마다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흥미롭게 관찰하라는 것이다.
“뭔가 먹고 싶으면 ‘내 뇌가 지금 위로를 원하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라고 자문해보세요. 이런 마음으로 식욕을 이해하려 노력하면, 음식을 향한 갈망과 허기를 구분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자신을 너그럽게 대하려는 ‘자기 친절’도 중요하다. 식탐은 먹고 자책하고 먹는 과정에서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책망도 습관이 된다.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으면, 몸의 신호를 제대로 들을 수 없다.
명상과 비슷한 개념인 ‘마음챙김’도 필요하다. 가만히 뇌의 변화를 들여다보면, 가짜 식욕이 폭발할 때 활동성이 커지는 전전두엽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초콜릿이 먹고 싶다’는 기분을 바로 따르는 대신 ‘지금 초콜릿 생각이 드는데,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뭘까?’라고 자문하며 관찰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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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 문화는 맵고 짠 편이다. 회식과 야식 문화도 있다.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맛있게 설계된 음식’과 회식, 야식은 식습관을 방해하는 요소다. 브루어 교수는 “‘21일 프로그램’을 통해 몸의 신호를 믿고 스스로 음식을 선택하는 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습관 회로 분석 △보상 가치 변화 △더 높은 보상의 행동 찾기라는 세 단계를 21일간 실천하는 겁니다. 1∼5일 차에는 식사 패턴을 관찰하며 가짜 허기와 진짜 허기를 구분하고 잘못된 식습관을 인식해요. 6∼16일 차에는 마음챙김 훈련으로 식욕과 감정 간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만들고요. 17∼21차에는 음식과 감정 간 관계를 새로 설정합니다. ‘간식 한 번 건너뛰기’ 처럼 작은 습관부터 실천해보세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