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 13일 서울 서대문구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서대문구무료셔틀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2026.1.13/뉴스1
노조 측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오전 1시 30분경 임단협 결렬을 선언했다. 양측은 전날 오후 3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특별조정위원회 사후 조정 회의를 진행했지만 자정을 넘긴 협상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예정대로 이날 새벽 4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서울 시내버스 파업은 2024년 3월 28일 이후 약 2년 만이다. 당시에는 파업 개시 11시간 만에 노사 협상이 타결되며 같은 날 오후 운행이 재개됐다. 지하철은 파업에도 필수 유지 인력을 남기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버스에는 최소 운행 의무 규정이 없어 시민 불편이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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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사측은 “노조안대로 임금 3%를 올린 뒤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 임금이 사실상 20% 가까이 오르게 된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위원들이 통상임금 문제를 논외로 하고 임금을 전년 대비 0.5% 인상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사실상 임금 동결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이날 노조는 대시민 호소문을 통해 “서울시와 사측이 통상임금 지급을 지연시키며 임금 동결이라는 폭거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다른 지자체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협상이 결렬돼 당황스럽다”며 “사원들의 자율 운행을 독려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협상은 결렬됐지만, 노사는 물밑 접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임금 협상 때마다 파업이 반복되는 배경으로 버스 준공영제의 구조적 모순을 지목한다. 준공영제는 민간이 시내버스를 운영하되 적자가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서울시는 2004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수익성이 낮은 노선에도 안정적인 운행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경영 효율성이 떨어져도 손실이 세금으로 메워지면서 시장 경쟁이 약화됐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임금 교섭 책임 주체가 불명확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법적 고용주는 개별 버스 회사지만, 운송 원가를 산정하고 적자를 보전하는 주체는 서울시다. 이 때문에 노조가 실질적인 ‘돈줄’을 쥔 서울시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파업을 선택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서울시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투입 예산은 매년 5000억 원 안팎으로, 시는 노조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연간 8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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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문제는 서울만의 일이 아니다. 버스 준공영제는 부산·대구·대전·광주·인천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행 중이다. 경남 창원시는 준공영제 도입 이후에도 2년마다 파업이 반복됐고, 광주는 지난해 준공영제 도입 이후 최장기간 파업을 기록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파업 9시간 만에 노사 협상을 타결했지만, 이후에도 “구조적 재정 적자와 인건비 상승, 재정 부담 확대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준공영제 전반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사용자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임금 체계와 보조금 구조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파업 시에도 최소 운행률을 확보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시민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준공영제는 원래 공공이 소유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구조인데, 한국은 민간이 소유·운영하고 지자체가 비용을 100% 부담하는 기형적 형태”라며 “이 때문에 버스회사 사장은 실권이 없고, 임금 협상의 상대가 사실상 시장이 되면서 파업이 유일한 압박 수단으로 굳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율주행 도입과 노선 구조조정 등 버스 운영 비용을 줄이는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즉각 비상 수송대책을 가동했다. 지하철 운행 횟수를 하루 172회 늘리고 출퇴근 혼잡 시간은 각각 1시간씩 연장했다. 막차는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운행한다. 혼잡 역에는 질서 유지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비상 대기 열차 15편도 확보했다.
서울 내 25개 구청도 시내버스 운행 공백을 줄이기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민관 차량 약 670대를 투입해 주요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할 계획이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출근 시간 1시간 조정도 요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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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호 기자jino@donga.com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