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발언’ 뒤 무역보복 등 전방위 공세 트럼프는 ‘中 화나게 하지말라’며 못 본 척 李대통령-시진핑 회담 뒤 韓-中 밀착 조짐 日내부 ‘한국까지 잃을라’ 위기감…‘연대’ 목소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3일(현지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양자 회담을 하며 손을 잡고 있다. 동아일보 DB
이 와중 중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기간 일본에 대한 무역 보복 조치를 쏟아내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동중국해에서 굴착 공사까지 시작했다. 이에 일본 언론에서는 “다가오는 다케시마(독도를 일본에서 부르는 말)의 날에 한국을 자극하지 말고 연대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 李대통령 귀국 직후 자민당 정조회장 한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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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 대통령이 방중 일정을 마치고 7일 귀국한 다음날 이뤄졌다.
공교롭게 같은 날 일본 언론에서는 한국과의 관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일 미들파워(middle power) 연계의 중요성’이라는 칼럼에서 내달 다케시마의 날이 다가오고 있으며 다카이치 총리가 이 문제로 한국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앞으로의 대중(對中) 관계를 생각하는데도 한일의 연계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한일 간에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복잡한 여러 문제가 있다고는 해도, 지금은 거기에 얽매일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현재 일본의 정세가 다급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칼럼은 “2월 22일 ‘다케시마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다카이치의 ‘암반 지지층(콘크리트 지지층)’은 용납 않을지 모르지만, 현실 정치가로서의 다카이치에게는 보다 고차원의 판단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일본 극우 세력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냉정한 상황 판단으로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국제정세의 혼란은 필연“이라며 ”지금은 국익을 널리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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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31일 경주에서 만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AP 뉴시스
이후 중국은 일본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국방부, 외교부, 일본 주재 중국 대사관까지 노골적으로 다카이치 총리를 조롱하고 비난하는가하면, 이번 이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는 희토류를 포함한 이중 용도 물자(민간용과 군용으로 모두 사용 가능한 물품) 수출 금지, 일본산 디클로로실란(DCS) 반덤핑 조사 등 무역 보복 조치를 쏟아냈다.
8일에는 추가로 중국과 일본 사이 동중국해에서 중국이 굴착선을 투입해 가스전 시출 작업에 나서자 일본 국내 여론은 들끓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2일 외교 경로를 통해 “거듭 항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개발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며 공식 항의했지만 뾰족한 대응책은 마련하지 못한 모습이다. 반면 중국은 일본의 반발 여론을 무시하면서 계속 압박 조치를 거듭 강화하고 있다.
● 트럼프 “中 자극하지 말라”며 日 거리 둬
지난해 10월 28일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둔 미군 장병들에게 연설하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를 오른발로 안고 있다. 요코스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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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시진핑, 한중 관계 회복 시동
그 사이 한국은 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방중 일정에서 이 대통령 부부와 시 주석 부부의 ‘샤오미 셀카’는 양국 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중국과의 갈등을 극복해야 하는 일본으로서는 자칫하면 미국과 한국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서 위기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정조회장이 이 대통령 귀국 직후 조 장관을 접견한 것도 그 타이밍이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다카이치 “李대통령 곧 방일” 서둘러 발표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뒤 ‘샤오미 셀카’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일본 NHK에 따르면, 한중 정상회담 다음날인 6일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임원회에서 “이재명 한국 대통령과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조만간 일본을 방문할 것”이라며 “자유와 민주주의 등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신뢰 관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 대통령의 방일이 곧 이뤄질 것이란 관측은 나왔지만, 청와대가 나서서 공식화하진 않은 단계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이 대통령의 방일을 서둘러 공식화 한 모양새라는 평가도 나온다.
● ‘독도 망언’ 등 분쟁 불씨 여전
다만 양 정상의 만남이 다카이치 총리의 바람대로 관계 강화로 이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도 있다. 일본의 최근 태도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9일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거듭 주장하며 한국을 자극했다. 당시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볼 때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히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기본 입장에 근거해 의연하게 대응해 갈 것이라는 데 변함이 없다”고 발언했다.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그는 자민당 총재 후보였던 지난해 9월 27일 열린 선거토론회에서도 “대신(장관)이 ‘다케시마의 날’에 당당히 나가면 좋지 않은가. 눈치 볼 필요 없다. 모두가 일본 영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닛케이가 ‘다케시마의 날’을 앞두고 한국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을 게재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닛케이가 ‘다케시마의 날’을 앞두고 한국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을 게재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