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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자체 출산 지원 3조 돌파… ‘제로섬’ 경쟁은 안 된다

입력 | 2026-01-01 23:27:00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와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의 출산 지원 예산이 3조172억 원으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3조 원을 넘어섰다. 2023년 1조1200억 원이던 예산 규모가 2년 새 약 3배로 불어난 것이다. 출산 지원금과 상품권 같은 현금성 지원액도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지자체들이 출산율 반등과 인구 유입을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재정 부담을 감수하며 관련 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한 결과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현금성 지원에서 탈피해 결혼 전부터 육아와 교육까지 생애 전 주기를 포괄하는 장기적 안목의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국내외 연구 결과다. 하지만 지자체의 출산 지원 예산을 뜯어보면 예산 규모의 증가에도 여전히 단기적인 현금 지원과 출산 및 육아 단계에 예산이 집중돼 있다. 지난해의 경우 현금성 지원이 전년 대비 17% 증가한 1조1457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초단체의 경우 아이 셋을 낳으면 총 1억 원을 주는 등 현금성 지원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반면 보육시설 확충 같은 인프라 예산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막대한 예산 투자에도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명(추정)으로 소폭 반등에 그쳤다. 이마저도 재정 증가 효과보다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자녀인 2차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결혼 적령기에 진입하면서 출산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자체의 출산 정책은 출산율 제고 효과가 미미한 가운데 인구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경쟁으로 치닫는 중이다. 아이 한 명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 출산 지원금을 노리고 위장 전입을 하거나 지원금만 받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먹튀’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출산 지원 정책이 난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회성 현금 풀기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경쟁만 심화시킬 뿐이다. 어렵게 반등한 출산율을 계속 끌어올리려면 지역 맞춤형 일자리 마련과 양육 및 교육 환경 개선을 포함한 정주 여건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곧 발표할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6∼2030년)에 장단기 인구 정책과 함께 광역 및 기초 단체의 합리적 역할 분담 기준도 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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