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百, VIP 전용 ‘더 쇼케이스’ 인기 현대百, 명품 가구 체험관 열어 루이비통, 판매 미식 결합한 공간 운영 불황 속 특별한 경험에 VIP 지갑 열려
비싸더라도 특별한 체험을 추구하는 ‘경험 소비’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무역센터점에 마련한 최고급 가구를 경험할 수 있는 ‘하이앤드 리빙관’(위쪽 사진), 루이비통이 쇼핑과 음식 등 즐길거리를 동시에 배치한 ‘루이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 현대백화점·루이비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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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더라도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증가하자 이들을 잡기 위해 ‘경험 소비’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여행, 호텔, 미식, 가구, 보석류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경험형 럭셔리’를 앞세워 명품 소비자들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30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10월 ‘더 쇼케이스(The Showcase)’ 이용 고객은 평균 약 20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명품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평균 사용 금액(약 300만 원)의 7배 수준이다.
더 쇼케이스는 지난해 11월 신세계백화점이 선보인 VIP 전용 플랫폼이다. 신세계백화점 공식 애플리케이션(앱) 안에 VIP로 선정된 소비자만 입장할 수 있다. 주로 초고가 여행 상품이나 오리지널 예술 작품, 고급 다이닝, 해외 명품 브랜드의 주문 제작 상품 등의 구매나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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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은 최고급 가구를 경험할 수 있는 ‘하이앤드 리빙관’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4층에 열었다. 660㎡(약 200평) 크기의 공간에 세계 3대 명품 침대로 불리는 해스텐스, 덕시아나, 바이스프링를 비롯해 9개 유명 브랜드 제품을 배치했다. 최상위 제품 판매가는 3000만 원을 넘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제품을 직접 보고 만지게 해 오프라인 리테일의 강점인 공간 경험의 가치를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고 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단순히 값비싼 상품이 아니라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소비하려는 고객들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최근 발표한 ‘2025 글로벌 럭셔리 시장 연구’에도 이러한 점이 지적됐다. 보고서는 가방, 가죽제품과 같은 전통적 제품보다 여행, 호텔, 미식 등이 럭셔리 시장에서도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 세계 명품 산업 부문의 소비자 지출이 지난해와 비슷한 1조4400억 유로(약 2435조6304억 원)로 사실상 정체된 것과 대비된다. 보고서는 “올해 전반적인 명품 소비는 새로운 명품 구매보다는 경험을 선택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과거의 과시적 소비에서 벗어나 ‘경험적 만족’을 선호하는 추세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지난달 ‘루이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을 선보였다. 루이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은 쇼핑과 즐길거리가 합쳐진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 공간이다. 매장과 문화 체험형 공간, 미식까지 한곳에 아우른 것이 특징이다. 총 6개 층에 걸쳐 운영된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에르메스, 까르띠에, 크롬하츠 등 다른 브랜드들과 공간을 분리해 매장으로 운영한다. 4층부터 6층까지 전시 공간과 기프트&홈·카페·초콜릿숍, 레스토랑으로 공간을 조성해 브랜드 철학을 경험하며 미식까지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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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