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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시에 혹 다른 재료나 순정하지 않은 약재를 섞어 사람을 속이고 이득을 취하는 자가 있다면 향중(鄕中)의 공의로 고역(苦役)에 충정한다.”
조선시대 경북 영주의 지방 의국(醫局)이었던 제민루(齊民樓) 운영 규칙 가운데 하나다. 당시에도 양질의 약을 제조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발간된 ‘한국국학진흥원 전통생활사총서 51권―조선의 지방 의국’(김호 지음)에 따르면 조선 향촌의 사족들은 지방 의국을 공공을 위해 실천하는 장으로 활용했다.
2023년 1편인 ‘왕의 비서실, 승정원 사람들과 승정원일기’(신병주)를 시작으로 전통시대 생활문화를 조명해 온 국학진흥원의 전통생활사총서가 최근 60번째 책 ‘조선의 장서가 책을 소유하다’(손계영)를 발간했다. 올해 새로 발간된 총서 41∼60권(사진)의 키워드는 ‘지방 수령의 생활’(정치), ‘시장 경제와 화폐 유통’(경제), ‘질병과 의료’(사회), ‘여가생활’(문화) 등이다. ‘수령의 봉급과 지출, 공과 사의 경계’(박희진), ‘개성상인, 열 살에 장사의 길에 들어서다’(양정필), ‘사대부의 나들이, 뱃놀이와 꽃놀이’(김정운) 등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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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각 분야 전공자가 참여한 포럼을 5월과 8월 2차례 열고, 11월엔 완성된 초고를 바탕으로 대규모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원고 수합 이후 전문가 3인의 심사 의견을 추가로 받는 등 상당한 공을 들여가며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노렸다. 국학진흥원 측은 “총서 발간을 통해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전통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