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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광영]아마존에 입사 지원서 낸 北 공작원 1800명

입력 | 2025-12-28 23:18:00


미국 빅테크 기업 아마존에 북한 청년들이 몰리고 있다. 북한 공작원으로 의심되는 입사 지원자가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1800명에 달했다고 아마존이 며칠 전 밝혔다. 대부분 출근하지 않는 비대면 재택근무를 하는 개발자 직종에 지원했다. 구인구직용 소셜미디어인 링크트인 휴면 계정으로 가짜 프로필을 만든 뒤 신분증까지 꾸며 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한다. 북한이 위장취업 요원들을 아마존에 집중 투입한 건 고액 연봉 때문만이 아니다. 쇼핑 결제 클라우드 등 서비스를 하는 아마존의 내부자가 되면 민감한 개인정보를 빼내 2차 수익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아마존은 입사 단계에서 이들을 적발했지만 북한 요원들이 취업에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상당수에 북한 정보기술(IT) 인력 수천 명이 침투해 있는 것으로 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외화도 연간 8000억 원에 달한다는 게 유엔의 추산이다. 4억 원 넘는 연봉을 받는 사람도 있다. 수입의 90%를 북한 당국에 상납한다고 하지만 10%만 챙기더라도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171만 원)보다 수십 배가 많다.

▷미국 기업들이 이런 위장취업에 당하는 건 미국인으로 신분 세탁을 한 데다 높은 성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고강도 훈련을 받아 기술이 뛰어나지만 연봉을 조금만 줘도 일하겠다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의 한 사이버보안회사 대표는 감쪽같이 속아 북한 기술자를 고용했던 경험에 대해 “취업 인터뷰를 100번은 해본 프로 같았다”고 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재택근무하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현지인 공범까지 매수해 회사 PC를 그들의 집에 두고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원격으로 접속한다.

▷빅테크 취업은 핵, 미사일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둠의 경로로 외화벌이를 해왔던 북한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다. 암호화폐 해킹 등으로도 재미를 봤지만 최근엔 과감히 양지로 나온 것이다. 노트북만 있으면 세계 어느 기업에서든 돈을 벌 수 있고, 내부 정보와 지식재산권을 탈취하면 수익원을 다양화할 수 있다. 요즘엔 글로벌 방산업체에도 공작원들을 취업시켜 무기 제조 기술까지 넘본다고 한다.

▷이런 효용을 아는 북한은 IT 인재들을 ‘국가 전사’로 대우한다. 김일성종합대 등 명문대 수재들을 선발해 ‘해외 취업’ 부대에 우선 배치한다. 북한 청년들도 상위 1%급 고소득 전문직인 데다 북한 밖에서 살 수 있는 IT 기술자를 선망한다. 인터넷을 쓸 수 있어 K드라마 등 해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한국 인재들이 의대로 쏠리듯 북한 수재들은 IT를 배우려 혈안이라고 한다. 해외 취업이 절박한 이 청년들은 북한의 어떤 지령도 필사적으로 완수하려 할 것이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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