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쿠팡 물류센터 모습. 2025.12.25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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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글본과 영문본 간 단어 선택과 표현 수위에 차이를 둬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쿠팡 측이 미국 현지 투자자들을 의식해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도적으로 단어 선택을 달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지난 26일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셀프 조사’ 비판이 확산되자 “정부 지시에 따른 조사였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한글과 영문으로 각각 공개했다. 특히 1375자 분량의 한글 입장문에서는 ‘정부’라는 표현이 38차례 등장하며 정부와의 공조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한글 버전 입장문에서 쿠팡은 “12월 1일 쿠팡은 정부와 만나 전폭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쿠팡이 정부와 협의해 조사에 협력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읽히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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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의 성격을 설명하는 표현에서도 차이가 분명히 드러났다. 한글본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라고 비교적 완곡하게 썼지만, 영문본은 “정부의 명시적인 지휘 아래 매일 조율되며(on a daily basis, under the express direction of government) 진행된 조사“라고 표현해 정부의 직접적 개입과 통제를 한층 더 부각했다.
정부와 국회, 언론의 비판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도 한글 버전은 쿠팡이 ‘억울한 비판’을 받았다고 표현한 반면, 영문 버전에서는 “잘못된 비난(falsely accused)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또 쿠팡은 한글본에서 “정부의 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조사했다는 잘못된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 불필요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영문본에서는 ‘불필요한 불안감’이 아닌 ‘잘못된 불안감(false insecurity)’이라고 표현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해외 투자자나 글로벌 이해관계자를 의식해 영문 입장문에서는 정부 개입과 통제 여부를 보다 강조하고, 한글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한국 정부와 여론을 의식해 다른 표현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