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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서울 패션제조업, AI-친환경 날개 달고 ‘레전드’로 비상

입력 | 2025-12-29 00:30:00

중기부-서울시, ‘레전드 50+’ 사업
서울 내 120개 패션제조 기업 선정해
디지털 전환-글로벌 진출 등 지원
7개 우수 기업 성장 사례 공유




‘레전드 50+’ 사업 참여 기업인 가죽 제조업체 ‘베티에르’가 AI 맞춤 제작 솔루션 ‘베티’를 활용해 만든 프리미엄 가죽 골프백. 서울경제진흥원 제공

서울 서초구의 가죽 제조업체 ‘베티에르’는 40년 경력의 가죽 장인 김대원 이사의 노하우와 김준 대표의 경영 비전이 만나 디지털 혁신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맞춤 제작 솔루션 ‘베티(Vetti)’로 고객 요구사항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디자인과 소재를 추천한다. 또한 생산 공정을 자동화해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서울 종로구의 한옥 쇼룸에서 시작한 여성복 브랜드 ‘메종드이네스’ 역시 창업 12년의 노하우와 고객 데이터를 결합해 성공적인 디지털전환(DX)을 이뤘다. 비대면 사이즈 측정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해 5000건 이상의 신체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 여성의 체형에 최적화된 패턴을 개발했다. 그 결과 고객의 사이즈 불만족을 줄였을 뿐 아니라 스마트 생산 공정 도입으로 생산 리드타임은 15% 단축, 오배송률은 30%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김인혜 메종드이네스 대표는 “‘레전드 50+’ 사업 덕분에 브랜드 고유의 감성을 지키면서도 운영과 마케팅을 데이터 기반으로 체계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 패션제조업, 서울 제조업의 근간

‘레전드 50+’ 사업 참여 기업인 슈즈 브랜드 ‘누스미크’가 세계 최대 슈즈 박람회인 이탈리아 밀라노 ‘MICAM’의 런웨이에 소개됐다. 서울경제진흥원 제공

‘레전드 50+’는 중소벤처기업부와 17개 지방정부가 협력해 중소기업의 경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약 1조1000억 원을 투입해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한다. 서울시는 서울경제진흥원 주관 아래 패션제조업 소공인들의 디지털전환과 해외 판로 개척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동대문을 중심으로 형성된 서울의 패션제조업 생태계에는 약 1만8000개의 패션봉제 공장이 밀집해 있으며, 이는 서울 제조업의 24.2%, 종사자의 29%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서울시는 의류봉제, 기계금속, 인쇄, 주얼리, 수제화를 5대 특화업종으로 지정해 내수 시장 침체, 생산 시설 해외 이전 같은 위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해 왔다.

그 일환으로 2024년 120개 기업이 ‘레전드 50+’ 참여 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12월 22일 열린 ‘서울 지역 특화 프로젝트 레전드 50+ 성과공유회’에서는 베티에르와 메종드이네스를 포함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7개 우수 기업이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표창을 수상하며 생생한 성공 스토리를 공유했다.

● K감각과 친환경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전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가운데 ‘레전드 50+’를 통해 한국적인 감각과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브랜드로 부상한 기업도 있다. 주얼리 브랜드 ‘올리아’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팝내추럴(Pop-Natural)’ 콘셉트와 동식물을 모티프로 한 독창적인 디자인, 고난도 ‘에폭시 핸드페인팅’ 기법으로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며 글로벌 바이어들과 신뢰를 쌓은 올리아는 ‘레전드 50+’ 사업을 계기로 해외 마케팅을 강화했다. 그 결과 2025년 자카르타 국제 프리미엄 소비재전에서 ‘베스트 제품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친환경 가치를 내세운 기업들의 성과도 두드러졌다. 엠엔에이치에스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누스미크(NUOSMIQ)’는 폐방화복, 폐가죽 등 산업 폐기물을 활용해 감각적인 디자인의 수제화를 제작한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수제화 제조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장한 누스미크는 올해 9월 세계 최대 슈즈 박람회인 이탈리아 밀라노 ‘MICAM’에서 이머징 디자이너 12인에 선정되면서 세계 무대에 눈도장을 찍었다.

‘에이단’은 해양 폐기물인 조개껍데기(패각)를 활용해 천연 자개 못지않은 영롱한 빛깔을 자랑하는 ‘셸링주얼리’를 개발했다. 독자적인 가공 기술과 엄격한 품질 관리로 설립 2년 만에 매출이 10배 성장했다. 최근에는 벤처기업 및 소셜벤처 인증을 획득하고 두바이 무역관 해외지사화 사업에 선정되며 중동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 상생 협력의 비즈니스 모델

소비자와 생산자의 불편을 해소하며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제시한 사례도 주목받았다. ‘아르하’는 ‘웨딩드레스는 빌려 입는 옷’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소장하는 드레스’ 문화를 만들고 있다. 투명한 정찰제와 7가지 기성 사이즈 체계, 디자인과 생산 일원화 시스템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 드레스를 제공한다. 2023년 한 해에만 1만 벌 이상을 생산한 아르하는 탄탄한 국내 실적을 바탕으로 미국 뉴욕 웨딩박람회 3년 연속 참가, 일본 라쿠텐 브랜드관 입점 등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코이로’는 소공인들과의 연대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 20여 개의 사회적경제 기업과 협력해 SRT 등 철도 굿즈를 기획·생산했다. 여행과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고품질 굿즈로 관련 매출을 450% 이상 끌어올렸다. 이러한 상생 협력모델의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7월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성민 서울경제진흥원 뷰티산업본부장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서울의 도시제조업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레전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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