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FIRM] 엘박스 국내 업체중 최다 데이터베이스… 법률 자문-문서 작성 실무 도와 로펌-기업-기관 1400여 곳 이용… ‘대법 AI 플랫폼 구축 사업’ 선정
엘박스 이진 대표(오른쪽)와 온경운 Data AI 팀 리더. 2019년 판결문 검색 서비스에서 시작한 엘박스는 현재까지 약 418만 개의 판례를 구축, 변호사를 비롯한 법률 영역 종사자의 업무 기반을 제공해 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엘박스 AI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법률 AI 기업으로 리브랜딩하며 국내 1위의 리걸테크 기업으로 거듭났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광고 로드중
“인공지능(AI) 시대에 우리만의 법률 AI를 구축하는 것은 사법 주권으로도 연결되는 국가적 과업입니다.”
법률 AI 기업인 엘박스를 이끄는 이진 대표(43·사법연수원 38기)는 법률 관련 자문, 대화를 주고받고 법률 문서 작성을 돕는 ‘엘박스 AI’에 대해 소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2019년 판결문 검색 서비스에서 시작한 엘박스는 현재까지 약 418만 개의 판례를 구축, 변호사를 비롯한 법률 영역 종사자의 업무 기반을 제공해 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엘박스 AI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법률 AI 기업으로 리브랜딩하며 국내 1위의 리걸테크 기업으로 거듭났다.
판결문 검색서 법률 AI로…경찰-노무사 등 고객 보유
광고 로드중
판결문 검색 서비스를 바탕으로 업계에서 입지를 다지던 엘박스에 2022년 11월 챗GPT의 출시는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챗GPT를 비롯한 범용 AI 서비스는 ‘환각 증상’이 심해 법률 등 전문 분야에서는 사용하기 힘들었다. 제한된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하다 보니 부정확한 답변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이 대표는 엘박스의 막대한 법률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법률 분야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출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지난해 4월 출시한 엘박스 AI는 소위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됐다.
현재 엘박스에 가입한 변호사는 2만2000여 명으로 국내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의 70% 이상이다. 최근 3년간 신입 변호사 5200여 명 중에선 80% 이상에 해당하는 4350여 명이 엘박스를 사용 중이다. 김앤장을 비롯한 국내 10대 로펌과 삼성전자 등 대기업, 법무부, 경찰청, 대검찰청 등 행정기관을 비롯한 1400여 개 기관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올 7월에는 대법원의 ‘재판지원 AI 플랫폼’ 구축 사업자로 선정돼 기술 지원을 해주고 있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법률 자문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경찰공무원을 중심으로 ‘공무원’ 회원 비중이 크게 증가, 현재 전체 회원 중 37%를 차지하고 있다. 공인노무사 등 법률 전문직 상당수도 엘박스를 활용하고 있는데 전체 공인노무사 5200여 명 중 50%가 엘박스 고객이다.
KAIST “업무 시간 절반 가까이 단축”
광고 로드중
1시간의 업무 시간을 기준으로 법정 활동 업무는 27.4분, 법정 외 활동 업무의 27.7분의 시간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리서치 및 문서 작성 업무 시간은 45.7%나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축 효용은 성별, 연령대, 소속 기관과 관계없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는데 경력이 고연차인 경우 더 큰 업무 효율화가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력이 고연차인 경우 ‘45분 이상 절감’ 응답이 40%에 달해 숙련된 사용자일수록 업무 효율화 폭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종합적으로 엘박스 AI를 통해 변호사 1인당 14.2%의 실질 생산성 증대 효과가 기대되는데 이를 연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경우 시장 평균 수준의 변호사는 약 2700만 원,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약 4100만 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이에 더해 엘박스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법률 AI 에이전트를 출시해 ‘엘박스 AI’의 성능을 더욱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자체 테스트 결과 기존 엘박스 AI 대비 검색 성능은 25%, 답변 품질은 20.6% 향상된 것이다.
광고 로드중
검색창에 ‘내 상황’ 쓰면 AI가 분석해 변호사 매칭
일반인 상담도 포털 시대
일반인 상담도 포털 시대
엘박스는 판례 검색 및 ‘엘박스 AI’ 서비스를 제외하고도 AI를 활용한 법률 포털 ‘엘파인드’와 각종 법률 콘텐츠를 발행 및 제공하는 ‘엘박스 스칼라’ 등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법률 데이터 생산부터 유통, 검색, 소비 등 모든 법률 관련 활동이 엘박스를 통해 이뤄지게끔 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2월 출시한 엘파인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AI 법률 포털이다. 엘박스 AI가 법조인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검색창에 내 상황을 입력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어떠한 상황인지 정의를 내리고 맞춤형 법률 정보를 제공해 주며 이 문제와 관련된 전문 변호사를 찾을 수 있다. 현재 2000명 이상의 변호사가 프로필을 등록했으며 이용자 활성 지표 또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이진 엘박스 대표(43·사법연수원 38기)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내가 억울한 게 맞는지,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인지에 관한 판단 자체가 어렵다”며 “상황 판단이 이뤄졌다 해도 법률 전문가를 만나야 해결할 수 있는데 일반인은 법률 전문가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엘박스 스칼라’는 일종의 온라인 법률 주석서로 AI에 최적화된 법률 콘텐츠 제공을 목표로 한다. 권오승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한 석학들이 저자로 합류했으며 법률 전문가의 수요를 분석해 공정거래법·노동조합법·형법·저작권법 등 주요 분야에서의 주석서, 실무서, 논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금융법 분야 최고 권위 저널로 평가받는 BFL을 서울대 금융법센터로부터 확보해 서비스 중이다. 출시 1년여 만에 23건의 독점 콘텐츠 계약을 성사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