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영화는 유독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외화들이 선전한 덕에 연간 누적 관객 수 1억 명은 넘겼지만, ‘천만 영화’는 한 편도 없었다. 한국 영화 중 5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좀비딸’ 한 편뿐이었다.
2026년은 올해보단 분위기가 나아질 수 있을까. 그나마 내년 개봉작 가운데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인 중대형 한국 영화는 올해보다 5, 6편 늘어나 35편 안팎이 될 전망이다. 나홍진, 류승완 감독이 선보일 블록버스터들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도 관심거리다.
● 올해는 저예산 영화들이 그나마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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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쩔수가없다 포스터
반전은 한국의 저예산 영화에서 일어났다. 9월 연상호 감독의 ‘얼굴’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노개런티’나 ‘러닝 개런티(수익 분배)’로 참여하며 순제작비 2억 원으로 만들어진 영화. 하지만 작품성이 입소문을 타며, 손익분기점(6만 명)을 훌쩍 뛰어넘은 107만 명의 관객이 들었다. 제작비 대비 18배에 이르는 수익을 달성했다.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 역시 손익분기점(8만 명)을 넘어 누적 관객 수가 18만 명을 넘었다.
이러한 흐름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투자 경색으로 제작 편수 자체가 줄어든 데다, 업계에서도 ‘천만 영화’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는 분위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올해 100억 원 규모로 신설한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 규모를 내년 200억 원으로 키우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 내년엔 나홍진·류승완 표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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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개봉 예정인 ‘휴민트’도 관심을 모은다. ‘베테랑’ ‘모가디슈’를 만든 류승완 감독의 작품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경에서 벌어지는 남북한 비밀 요원들의 첩보 액션물이다. 배우 최민식 박해일 주연의 ‘행복의 나라로’도 개봉한다. 2020년 칸국제영화제 초청작이자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지만 팬데믹 여파로 개봉이 장기간 미뤄졌던 작품이다. 최근 내년 개봉을 확정지었다. ‘타짜 4’와 ‘국제시장 2’ 등도 내년 극장에 걸릴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해외 영화 중엔 눈에 띄는 기대작들이 많다. 마블 영화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디즈니·픽사 대표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5’, 20년 만의 속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 티모테 샬라메 주연의 ‘듄 파트 3’ 등이 내년 극장가를 찾아온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