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100달러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4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당장 보유한 달러를 원화로 바꾸기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 때문이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한국의 주력 업종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조 단위의 공장 건설과 설비 투자를 진행 또는 계획하고 있다. 가령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또한 2028년까지 미국 내 생산 시설 확충 등에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추가 투입한다. 이런 상황에서 손에 쥐고 있는 달러를 서둘러 팔았다가 투자 집행이 이뤄지는 미래 시점에 더 비싼 값으로 달러를 되살 경우 손해가 커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발맞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대규모 북미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투자 집행 시점에 환율이 오를 위험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수립한 연간 경영 계획과 환헤지(위험 회피)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대기업들은 통상 연초에 환율 변동성을 예측해 자금운용 계획을 확정하고 선물환 계약을 맺는데 정부 요구에 갑작스레 이를 변경하면 예상치 못한 재무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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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