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매관매직 논란 거세 재선후 백악관 연회장 등 3조 모금… 3.7억 이상 기부자 중 32명 요직에 기업들은 사업 수주-규제 완화 누려… 백악관 “기부자 칭찬받아야” 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5.12.23 팜비치=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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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전후로 그에게 거액을 기부한 개인 및 기업이 공직 발탁, 사면, 연방정부 사업 수주 등의 혜택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 보도했다. 특히 25만 달러(약 3억7500만 원) 이상을 기부한 346명 중 최소 32명이 주요국 대사 등 요직에 발탁된 것으로 드러나 이해충돌, 매관매직 논란이 거세다. 워싱턴 백악관 내 대형 연회장 건설 등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중시하는 사업에 기부한 기업과 개인들도 각종 특혜를 누렸다.
리즈 휴스턴 백악관 부대변인은 “대통령의 목표는 미국인의 삶을 개선하고 우리나라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기부자들은 공격받을 것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3선을 금한 헌법 때문에 다음 대선을 치를 필요가 없는 현직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도 아닌 자신의 관심 사업에 역대급 기부금을 받았다는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 150만 달러 내고 아들을 핀란드 대사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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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기부자의 상당수는 주요국 대사로 발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미국 직업 외교관의 꽃’으로 불렸던 주영국 대사에 자신에게 600만 달러(약 90억 원)를 기부한 금융서비스 사업가 워런 스티븐스를 낙점했다. 멀리사 아르기로스 주라트비아 대사(200만 달러·약 30억 원), 댄 뉴린 주콜롬비아 대사(150만 달러·약 22억5000만 원), 벤저민 리언 주니어 주스페인 대사(100만 달러·약 15억 원) 등도 비슷하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총 150만 달러(약 22억5000만 원)를 기부한 사업가 스티븐·엘리자베스 브로디 부부는 아들을 대사로 만들었다. 부부의 아들 하워드는 올 2월 주핀란드 대사에 임명됐다. 그는 법조인 출신으로 핀란드와 아무 관련이 없다.
주요 대기업은 기부 후 각종 연방정부 사업을 따냈다. 인공지능(AI) 기반 방위산업체 팔란티어는 백악관 연회장 사업에 1000만 달러(약 150억 원), 건국 250주년 기념 사업에 500만 달러(약 75억 원) 등을 기부했다. 이후 팔란티어는 이민세관집행국(ICE)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절차 지원 소프트웨어 개발 계약을 포함한 수억 달러의 연방정부 계약을 수주했다.
유대계 카지노 재벌이었던 셸던 애덜슨의 부인 미리엄 또한 연회장 사업에 2500만 달러(약 375억 원)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교 명절 ‘하누카’ 파티에서 미리엄을 연단으로 불러 포옹했다. 미리엄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의 위헌적인 3선 도전을 위해 2억5000만 달러(약 3750억 원)를 추가로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 농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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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화폐-화석에너지 업계도 혜택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관심 사업인 암호화폐 업계도 기부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NYT에 따르면 암호화폐에 이해관계가 있는 최소 27개 기업 또는 인사들이 지난해 대선 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단체에 총 5800만 달러(약 78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코인베이스, 크라켄, 리플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등도 각각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취임위원회에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대부분 포기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여러 소송을 종료했다. 코인베이스는 백악관 연회장 건설, 건국 250주년 기념 사업에도 기부했다.
NYT에 따르면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에너지 관련 기업 약 24곳 또한 대통령 측에 최소 4100만 달러(약 615억 원)를 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화석 연료 산업을 우대하며 수백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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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