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트로폴리스 5부작’의 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Prolog/Dionysos)‘ 연출 윤한솔이 16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안트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을 탐구한 작품이다. 2025.10.16 [서울=뉴시스]
국립극단 연극 ‘안트로폴리스 I ―프롤로그, 디오니소스’로 제62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윤한솔 연출가(53)가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연출한 ‘안트로폴리스…’는 “거친 듯 박진감 넘치는 촌철살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작품상까지 받아 2관왕을 차지한 작품. 윤 연출가는 “많은 스탭과 배우들이 오랫동안 함께 고생한 작품이기에 더욱 고마운 상”이라며 “관객이 연극을 보는 동안엔 안온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건과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트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건국 과정과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에 도전하는 자들을 벌하고 파멸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그렸다. 공연 초반 화려하고 우스꽝스럽던 분위기는 점차 고통과 광기로 추락한다. 윤 연출가는 “구원이나 용서를 전제하지 않은 ‘진짜 비극’이 오늘날 필요하다고 봤다”며 “나쁜 놈이 벌 받지 못해서 생기는 게 비극이라면, 그 비극을 무대에서 오롯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대형 스크린과 실시간 영상 등을 활용한 실험적 연출도 심사위원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점을 한군데로 모으기보다는 여러 곳으로 분산시킴으로써 관객이 연극을 여러 각도로 바라보게끔 했다. 윤 연출가는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관객마다 집중하는 부분과 받아들이는 방식이 전부 다르다”라며 “연극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야기가 벌어지는 방식과 태도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나는 기쁘다’로 연극 연출을 시작한 윤 연출가는 ‘활화산’, ‘엑스트라연대기’ 등 사회적 메시지가 강렬한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현재는 극단 ‘그린피그’ 상임연출가다. 등장인물과 무대 미술 등에 곁들이는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B급’ 정서는 그의 무기로 꼽힌다.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언정 작품이 감각적으로 다가가길 바라요. 그렇지 않으면 설교일 뿐이죠.”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