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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입단한 송성문 “김하성 선배 덕에 좋은 조건 계약”

입력 | 2025-12-23 15:18:00

키움, 6번째 메이저리거 배출
이적료 챙겼지만 다음 시즌 ‘암울’




샌디에이고가 송성문과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샌디에이고 제공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가 송성문(29)과의 계약을 23일 공식 발표했다. 송성문의 원소속 구단인 키움은 송성문의 MLB 진출 소식을 전하며 “진심으로 축하한다. 여섯 번째 메이저리거 배출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KBO리그의 경쟁력과 위상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구단인 키움은 고교를 갓 졸업해 현재 몸값이 저렴한 선수들을 주전으로 적극 기용한다. 구단명처럼 이 선수들을 ‘키워서’ 쓰는 게 구단 운영의 핵심이다. 프로에서 몸값은 곧 출전 기회 보장과 같다. 따라서 10개 구단 중 선수 보수가 가장 적은 키움은 확률적으로 가장 빨리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팀이 된다. 어린 나이부터 출전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다 보니 KBO에서 7시즌 이상 1군에서 뛰어야 하는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기준을 충족해 MLB 진출 기회를 얻기도 유리하다.

실력은 한끗 차이인 프로 무대에 처음 나서는 유망주가 기회를 더 많이 받는 건 실력 향상으로 직결된다. 선순환이 이뤄질 경우 구단과 선수 모두 윈윈이다. 리그를 평정해 ‘평화왕’이라 불렸던 유격수 강정호(38)가 나간 자리에서 ‘평화왕자’ 김하성(30·애틀랜타)이라는 또 다른 빅리거가 나온 게 모범 사례다. 어제의 유망주가 오늘의 빅리거가 되고 그 빈 자리에서 내일의 유망주가 자라는 선순환은 키움이 연쇄적으로 빅리거를 배출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키움은 넥센 시절 강정호, 박병호(39)를 비롯해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김혜성(26·LA 다저스), 송성문까지 6명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에 보내며 누적 이적료 5240만2015 달러(약 777억6926만 원)를 챙겼다.

송성문 역시 이날 인천공항 귀국 기자회견에서 “김하성 선배가 샌디에이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덕에 나도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다”며 “키움 후배들도 내가 미국 구단과 계약한 것에 놀랐을 것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KBO리그에서도 자신감이 떨어지는 선수였다. 노력하고, 인내하니 이런 좋은 날이 오더라. 나 같은 선수가 이런 대우를 받는 게 후배들에게 동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키움의 선순환 구조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강정호(2015년), 박병호(2016년)가 연속해 빅리그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서건창, 김민성, 고종욱, 박동원, 이택근, 채태인 등 타선의 무게추를 나눠줄 베테랑 자원이 충분했다.

그런데 김하성(2021년),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김혜성(26·LA 다저스)이 연쇄적으로 빅리거가 되는 ‘압축 성장’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키움은 이정후가 최우수선수(MVP)로 활약하며 김혜성과 팀 타선을 쌍끌이한 2022년까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저력을 이어갔다. 하지만 2024~2026년 차례로 팀 내 최고 보수를 받았던 이정후, 김혜성, 송성문이 차례로 빅리그로 떠나면서 키움의 전력은 사실상 초토화됐다.

2023~2025년 3시즌을 연속 꼴찌로 마무리하면서도 동시에 연속해 빅리거를 배출한 키움의 아이러니다. 송성문은 올 시즌 키움의 유일한 3할-20홈런 타자였다. 올 시즌도 구단의 잔고는 더 두둑해졌지만 다음 시즌 전망은 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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