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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 독점욕에 결국 살해…원룸서 시신에 락스 뿌리며 3년 은닉

입력 | 2025-12-23 11:53:00

30대 남성 징역 27년 선고



인천지법. 뉴시스


동거하던 여성을 살해한 뒤 3년 6개월 동안 시신을 은닉한 30대 남성의 잔혹한 범행 전말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손승범)는 최근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A 씨(38)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또한 출소 후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A 씨는 2021년 1월 10일 인천 부평구의 한 원룸에서 동거녀인 30대 B 씨를 살해하고 3년 6개월간 시신을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15년 일본의 한 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며 B 씨를 처음 만났다. B 씨는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는 중이었다.

A 씨와 B 씨는 교제를 시작한 뒤 2016년부터 약 1년간 원룸에서 함께 생활했다.

그러던 중 2017년 A 씨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적발돼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이후 A 씨는 B 씨의 생활과 인간관계에 집착하며 반복적으로 연락했고, B 씨와 그의 지인들 소재까지 확인하려 했다. B 씨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연락을 끊으려 시도했다.

2018년 초 어머니의 병문안을 위해 한국에 입국한 B 씨는 A 씨에게 여권을 빼앗기는 바람에 인천의 원룸에서 함께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해외 이주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였던 B 씨는 휴대전화 개통이나 계좌 개설조차 어려웠다. A 씨는 현금으로 생활비를 건네며 B 씨의 일상을 통제했다.

B 씨와 연락이 끊긴 점을 수상히 여긴 B 씨의 언니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이후 자매간 한 차례 통화가 이뤄졌으나, A 씨의 방해로 다시 연락이 두절됐다.

2021년 1월 사기 사건으로 선고를 이틀 앞둔 상태였던 A 씨는 B 씨와 술을 마시다가 말다툼을 벌였다. A 씨가 구속될 경우 발생하는 ‘옥바라지’ 문제와 생계 문제, B 씨가 일본에 있는 아들을 보러 가야 하는 점 등이 겹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이에 A 씨는 B 씨가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생각에 휩싸여 결국 B 씨를 살해했다.

그는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임대차 관계를 유지했다. 매달 월세와 공과금을 납부하며 정기적으로 원룸을 찾아 시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락스와 물을 뿌리고 방향제와 향을 사용해 냄새가 밖으로 새지 않게 했다. 구더기가 생기면 살충제를 뿌리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가동해 공기를 순환시켰다.

이후 A 씨가 사기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되며 월세와 공과금 납부가 중단되자, 2024년 7월 관리인이 방을 확인하던 중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재판에서 “피해자가 살인을 부탁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장기간 피해자를 지배·통제해 온 점과 범행 이후의 행태를 종합할 때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살해되는 순간 겪었을 공포와 고통은 가늠하기 어렵고, 유족들 역시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반성문에서 ‘검찰 구형이 과하다’ ‘합의금이 비싸다’는 취지의 주장만 반복했을 뿐 진정한 참회나 용서를 구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되살아날까 기다렸고, 시신과 함께 TV를 보고 셀카를 찍었다’는 진술은 죄책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범행은 참혹하고 악랄해 사실상 사체를 모욕·손괴한 것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원룸 관리인이 우연히 발견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생명이 꺼진 상태로 피고인의 통제 하인 범행 장소에서 벗어나지도, 가족들에게 소재를 알리지도 못한 채 홀로 남겨졌을 것”이라며 “그 죄에 걸맞은 엄중한 처벌은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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