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두재 한국카나비노이드협회장원자력병원 마취통증의학과장·통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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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 시간) 의료용 대마를 금지 마약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대마를 무조건 금지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논쟁을 다시 불러왔지만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핵심은 분명하다. 의료용 대마는 불법적인 기호용 대마와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이 선택한 방향 역시 ‘무분별한 사용의 허용’이 아니라 의학적 근거가 확인된 영역에서 연구와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되 통제는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행정명령은 연방 차원에서 대마를 스케줄 Ⅰ에서 스케줄 Ⅲ로 재분류하는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는 대마의 의료적 사용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현실은 안타깝다. 우리는 이미 2018년 이후 제한적으로 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 사용을 허용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환자 접근성, 처방 경로, 연구 기반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법과 제도는 여전히 ‘금지’에 머물러 있고 의료와 산업은 ‘기회의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이 틈이 지속될수록 세계는 더 빠르게 앞서가고 한국은 더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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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해법의 실마리를 갖고 있다. 안동 규제자유특구와 새만금 규제 샌드박스라는 제도적 실험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안전하게, 어떻게 과학적으로 관리할 것인가’라는 정책 언어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 의료용 대마를 철저한 추적 관리가 가능한 의료 시스템 안으로 편입시키고 불법적인 기호용 대마와는 명확히 구분해 단속과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의료진 교육, 처방 지침 확립, 부작용 감시 체계, 제품 품질 표준화 등 기본 기반 구축도 시급하다.
우리는 아직도 대마를 1970년대 히피 문화의 상징으로만 인식하는 사고에 갇혀 있다. 이제는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현대 의료 기술이라는 관점으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료용 대마와 불법 기호용 대마를 분리해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단속의 프레임을 유지하면서도 연구·치료·산업의 길을 동시에 열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선언은 더 이상 미국만의 이슈가 아니다. 한국이 의료용 대마 산업의 기회를 잃지 않고 나아가 제약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이제는 결단해야 할 시간이다.
민두재 한국카나비노이드협회장원자력병원 마취통증의학과장·통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