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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EU도 미룬 ‘AI 기본법’, 우리만 서두를 이유 있나

입력 | 2025-12-22 23:27:00


내년 1월 22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예정대로 시행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처음 AI 법규를 전면 도입한 나라가 된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뒤 시행해야 할 법인데도 개념,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법을 만들 때 벤치마크로 삼았던 유럽연합(EU)은 AI 산업 발전을 저해할 거란 우려에 법의 전면 시행을 미루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1월 22일 시행을 목표로 AI 기본법의 시행령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이 법은 인간의 존엄성·사회의 공공선·기술의 합목적성 등 ‘AI 윤리 3대 기본원칙’을 규정했다. 동시에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 또는 위험을 미칠 수 있는 ‘고영향 AI’를 위험성이 적은 ‘일반 AI’와 구분해 강도 높은 의무, 책임을 지우도록 했다.

법 시행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대다수 국내 AI 기업들은 자사 AI가 법이 집중적으로 규제하는 ‘고영향 AI’에 포함되는지, 포함된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100여 개 국내 AI 스타트업 대상 설문조사에서 기업의 98%는 ‘고영향 AI 지정 및 등록·검증 의무’, ‘AI 생성물에 대한 워터마크 표시 규제’ 등에 대응할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고 답했다.

작년 12월 말 우리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킨 후 세계적 규제 흐름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 더 문제다. 앞장서 규제를 선도하던 EU는 올해 2월 ‘AI법’을 일부만 시행했다. 하지만 지난달 EU 집행위원회는 한국 AI 기본법 ‘고영향 AI’ 개념의 원조 격인 ‘고위험 AI’ 규제 적용 시기를 내년 8월에서 2027년 말로 연기했다. 미국의 AI 빅테크와 경쟁하는 유럽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주별로 도입되는 지나친 AI 규제가 혁신의 걸림돌이 된다며 연방정부 차원의 합리적 AI 규제를 만들겠다고 한다.

AI 산업 육성과 안전한 AI 개발은 둘 다 포기해선 안 될 목표다. 그렇다고 안전성만 강조해 규제가 홀로 앞서간다면 ‘AI 3대 강국’이란 국가적 과제의 달성은 어려워진다. 과중한 규제는 특히 인력, 자금이 부족한 국내 AI 스타트업들에 치명적이다. AI 기본법의 시행 시점은 글로벌 추세에 맞춰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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