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데이터로 본 정당 양극화 ‘4년 주기론’ 총선 직후 다수당 입법 드라이브로 양극화 거대 정당 간 의석 불균형 정치 구조 속에 대안 세력 부재가 부른 국회 양극화 심화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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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도 이제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사태로 시작한 2025년은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가장 힘든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여야 간의 극단적 정치 대립을 지금처럼 매일 피부로 느낀 적이 있을까.
필자 연구팀은 전자투표가 처음 도입된 제17대 국회부터 연도별로 두 거대 정당 간 표결 경향의 차이를 추정했다. 이를 위해 이마이 고스케 하버드대 교수가 제안한 ‘기댓값 최대화 알고리즘’을 적용해 의원들의 동태적 이념 성향 점수를 산출했다. 시계열적 속성을 고려해 표결 행태가 유사한 의원들에게 비슷한 점수가 부여되도록 설계된 방법론이다.
두 거대 정당의 표결 경향 차이를 살펴보면 피부로 느끼는 정치 현실이 수치로 드러난다. 2025년 두 정당 간 차이의 절댓값은 1.30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년 연속 상승한 수치다. 최근 도를 넘고 있는 국회 내 증오 언어와 혐오 정치가 수치로 보여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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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주기적 반복은 국회 임기 초기에 다수당을 차지한 정당이 이념을 구현할 법안들을 대거 입법하고, 가장 논쟁적인 법안일수록 총선 승리의 동력을 바탕으로 임기 초반에 통과시키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반면 임기 중반으로 접어들면 총선 효과가 약화되면서 입법 드라이브의 동력도 떨어진다. 이에 따라 양극화 수준은 점차 낮아진다. 임기 말에는 밀려 있던 법안들이 일괄 처리되면서 양극화 정도가 가장 낮아지고, 이로써 ‘4년 주기론’이 완성된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패턴은 국회 임기 초반의 양극화 현상이 현 여권 세력이 다수당을 차지했을 때 특히 강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양극화가 가장 극심했던 상위 1∼5위에 해당하는 2025년(1.30), 2004년(1.27), 2020년(1.09), 2005년(1.01), 2024년(0.95)은 모두 현 여권 세력이 큰 의석 격차로 다수당을 차지했던 22대와 21대, 17대 국회 초반에 해당했다. 17대부터 22대 국회 임기 첫해만 따로 비교해 보면, 현 여권이 두 거대 정당 간 의석수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던 2004년(17대 총선·현 여권 31석 우세), 2020년(21대 총선·현 여권 79석 우세), 2024년(22대 총선·현 여권 67석 우세)이 양극화 수준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반면 현 야권 세력이 다수당이었던 2012년(19대 총선·현 야권 25석 우세)과 2008년(18대 총선·현 야권 72석 우세)은 각각 4위와 6위에 그쳤다. 현 여권이 승리하긴 했으나 불과 1석 차로 다수당을 형성한 2016년(20대 총선)은 5위에 머물렀다.
‘4년 주기론’에서 벗어난 시기는 두 차례 있었다. 2016년 총선 직후에는 양극화 상승 요인이 약해 초기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그러나 임기 말로 갈수록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대안 세력의 부재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한 번은 바로 올해다. 2024년 총선 이후 계엄 사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22대 국회 임기 첫해보다 양극화 수준이 대폭 상승해 역대 최악의 양극화 국회가 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마찬가지로 중도 유권자를 끌어안지 못한 야당이 지지율 정체에 머물며 대안 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점 또한 판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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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