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 포함된 3부 중 시스터 브라더 편의 한 장면. 안다미로 제공
➀외딴 시골에 혼자 사는 아버지의 집을 찾은 남매 ➁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1년에 한 번 엄마를 찾는 자매 ➂부모 사망 후 둘만 남게 된 쌍둥이 남매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이 세 가지의 이야기를 모아 만든 3부작 옴니버스 작품이다. 미국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짐 자무시 감독이 ‘데드 돈 다이’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올해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선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거쳐 이달 31일 극장 개봉한다.
영화의 파트들은 각각 미국 북동부와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파리에서 전개되는 별개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나의 공통점은 사소한 반전을 매개로 ‘가족’의 민낯을 그려낸다는 것.
1부 ‘파더’에선 아버지와 남매 사이의 어정쩡한 거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매는 아버지가 불편하지만 완전히 외면하진 못한다. 남루한 모습의 아버지에게 안부 인사와 생필품을 함께 건네는 의무적인 방문이 이어졌던 게 아닐까 짐작된다. 그러나 실상 아버지의 ‘빈곤한 노년’은 연기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 포함된 3부 중 마더 편의 한 장면. 안다미로 제공
2부 ‘마더’는 자매가 어머니의 자택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작은 딸 릴리스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실은 우버 택시도 부르지 못할 정도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아한 취향을 가진 엄마는 딸들이 없는 사이에 전화상담 치료를 받는다. 3부 ‘시스터 브라더’는 경비행기 사고로 부모가 한번에 세상을 떠난 탓에 둘만 남게 된 쌍둥이 남매의 시선을 따라간다. 부모님의 집을 살피던 남매는 유품에서 부모들의 위조 신분증과 가짜 결혼증명서를 발견하게 된다.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 포함된 3부 중 파더 편의 한 장면. 안다미로 제공
영화는 관객이 가족을 향한 양가적인 감정을 마주하도록 이끈다. 가끔은 멀어지고 싶지만 그렇다고 끊어내지는 못하는 존재인 가족. 자무시 감독은 현대사회의 가족을 신성화하지도, 해체하지도 않는다. 절제미로 유명한 감독답게 큰 사건이랄 게 없어 다소 단조롭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멀어진 가족의 재회 이야기가 섬세하게 담긴 것이 장점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