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증명/단요 지음/304쪽·1만7500원·위즈덤하우스
정보라 소설가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 명이지만 세 명이다. 주인공은 ‘3호’, 이름은 태서. 그는 머릿속에 ‘1호’와 ‘2호’란 두 개의 다른 인격들, 즉 ‘목소리’를 데리고 산다. 태서는 어렸을 때 교통사고를 당해 부모님이 숨졌고, 후유증으로 머릿속에 다른 인격이 생겨났다고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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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 사실일까. 진짜 인격은 ‘1호’인가, 영원히 세 살인 ‘2호’인가, 아니면 ‘3호’ 태서인가? 태서가 거주구역을 떠나려 했던 이유도 진실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진실은 너무 복잡하다. (결말 누설 없이 설명하려니 문장이 두루뭉술해지고 있다. 양해를 바란다.)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하는가. 아니 어디까지 발전해도 되는가. 기술은 인간이 만든다. 그럼 그 기술을 만들지 않은 인간의 삶은 기술이 지배해도 되는가. 그 결정을 내릴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목소리의 증명’은 이런 질문에 복잡하고도 정교한 방식으로 답하는 추리 스릴러다. 하나의 몸에 세 명의 목소리를 담은 주인공의 과거부터, 기술과학자들이 합리적으로 지배하는 것 같지만 실은 비밀과 거짓말이 얽혀 있는 사회 구조까지, 다층적으로 섬세하고 정교한 작품이다. 주인공을 둘러싼 이들은 적도 아군도 아니고 각자 입장을 가진 ‘관리자’들. 주인공은 자신의 취약한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진실을 찾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주인공이 10대라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지만,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성장소설로 여긴다고 했다. 나는 사회의 성장과 쇠락을 가늠할 수 있는 ‘사회성장소설’이라 봐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효율만을 위해 작동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어떤 인간도 통제할 수 없는 구조를 갖춘 사회는 어떤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가. 우리는 이미 그런 시대를 살고 있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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