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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꿈의 무대’ 도전 문준혁… “최경주처럼 ‘희망주는 골퍼’ 되고파”

입력 | 2025-12-19 03:00:00

제주골퍼 문준혁의 ‘늦깎이 희망가’
사고후유증-생활고 10년간 ‘고투’… 서른살 앞둔 ‘마지막 도전’서
KPGA 1부 투어 출전권 따내… “작년 ‘아일랜드 샷의 기적’으로
54세 최고령 우승한 최경주 이어… SKT오픈 우승하는게 새로운 꿈”



서른 살이 되는 내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 데뷔하는 ‘늦깎이’ 문준혁은 어릴 적부터 우상이던 ‘탱크’ 최경주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골퍼가 되는 게 목표다. 문준혁은 “2024년 최경주 프로님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쓴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준혁 제공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문준혁(29)의 꿈은 ‘탱크’ 최경주(55)처럼 되는 것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한국인 최다승(8승)을 거둔 최경주는 미국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문준혁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정회원이 된 건 스무 살이던 2016년이다. 하지만 1부 투어인 KPGA투어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KPGA투어는 퀄리파잉 토너먼트(QT) 상위 40위까지 다음 시즌 풀시드를 준다. 하지만 그는 20대가 다 지나도록 낙방을 거듭했다.

문준혁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선언했다. 최근 본보와 만난 문준혁은 “불과 얼마 후면 서른이 된다.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나의 인생’을 살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한 번도 부모님께 골프를 그만두겠다고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QT를 앞두고는 부모님께 ‘올해도 안 되면 골프를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간절한 마음이 이번엔 통했다. 문준혁은 지난달 열린 올해 QT 때 공동 35위에 자리하며 마침내 KPGA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정회원이 된 지 10년, 골프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문준혁은 지난 10년간 악전고투를 거듭했다. 우선 금전적인 문제 탓에 선수 활동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부모님께 계속 지원을 해달라고 할 수 없었기에 고향인 제주에서 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챌린지(2부) 투어를 병행했다. 문준혁은 “가능한 한 많은 대회를 나가려 했지만 아카데미를 오래 비울 수가 없었다”며 “회원들을 지도하느라 하루에 실내 연습장에서 1시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실전 라운딩을 하는 게 연습의 최대치였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도 그를 괴롭혔다. 오른쪽 종아리 근육과 혈관이 절단되는 큰 상처를 입은 탓에 선수 생활 내내 불편함을 느꼈다. 문준혁은 “발을 잘못 디디면 골반까지 힘이 풀려 버린다. 병원이란 병원은 다 다녀봤는데 크게 효과가 없었다”며 “신경 차단 시술도 했지만 통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말 그대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내년 시즌 문준혁의 목표는 “다시 제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든 프로 선수로서 성공하겠다는 그만의 다짐이다. 실내 연습장이 주무대였던 그는 해외 전지훈련도 떠난다. 내년 1월 태국으로 향하는 문준혁은 “다이어트도 하고, 근력 운동을 통해 왼쪽 다리 통증도 잡아보려고 한다”며 “태국 전지훈련에서는 약점인 2m 이내의 ‘쇼트 퍼팅’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골프 인생의 새 장을 여는 시점에서 문준혁은 다시 한번 최경주의 이름을 떠올렸다. 최경주는 지난해 제주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2차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했다. 54세의 나이에 일군 KPGA 최고령 우승은 많은 중년들에게 희망을 줬다. 문준혁은 “최경주 프로님이 지난해 ‘아일랜드 샷의 기적’을 만들며 우승한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이 새로운 꿈”이라며 “평생 어렵게 골프를 한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건 ‘트러블 샷’이다. 최 프로님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골퍼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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