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전성-전략기술 유출 등 우려 일각 “경영권 분쟁에 美 활용” 지적 정부, 동맹-경제 사이 선택 시험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내부 (고려아연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산업통상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5.12.17
무엇보다 미국 제련소의 투자 구조 때문입니다. 제련소가 건설되면 미국은 보조금 약 3000억 원으로 안티모니, 구리 등 전략 광물 11종을 확보하지만, 천문학적 차입금 상환 책임은 고려아연이 떠안습니다. 15일 공시를 보면 고려아연은 미국 전쟁부(국방부)에 약 4조4085억 원, JP모건에 3조6738억 원, 상무부에 3086억 원의 지급보증을 섰습니다. 이번 투자로만 총 8조3909억 원의 빚 보증이 발생하는 셈인데, 이는 자기자본 7조6000억 원을 넘는 규모입니다. 국내 1위 비철금속 기업 고려아연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사안인 만큼, 정부는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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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측은 “역할에 따른 합리적 리스크 배분”이라고 반박합니다. 미국 정부가 자금을 대고 고려아연이 기술과 운영을 맡는 구조에서 기업이 운영 리스크를 지는 것은 방산·핵심광물 프로젝트의 일반 관행이라고 설명합니다. 게다가 미국 안보 전략의 핵심 파트너가 되는 ‘전략적 보상’이 보증 등 재무적 부담을 웃돈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이번 사안은 한미 동맹이라는 명분과 기업 건전성 및 국가핵심기술 보호 사이에서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시험하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8조 원대 빚 보증’이라는 위험한 승부수를 던진 고려아연이 정부 심사를 넘어 미국의 안보 파트너로 안착할지 아니면 멈춰 서게 될지, 향후 심사 결과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