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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12곳 뺑뺑이’ 초등생, 10분 거리 대학병원 3곳 있었다

입력 | 2025-12-17 10:55:48

1시간 떨어진 2차 병원인 부산진구 소재 온병원서 응급처치



부산 부산진구 온병원 전경 (온병원 제공)


지난 15일 의식을 잃고 쓰러진 초등학생이 병원 12곳으로부터 수용이 거절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당시 반경 10분 거리에 대학병원 3곳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해당 환자는 1시간이 떨어진 2차 병원인 부산진구 소재 온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지역 의료계 등에 따르면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한 소아청소년과에서 감기치료를 받던 10살 초등학생이 지난 15일 오전 10시쯤 주사제 투여 직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에 해당 소아과 의사가 즉시 119구급대를 통해 대학병원 4곳 등에 응급실 수용을 요청했다. 그러나 “소아 중환자실 병상부족” 등을 이유로 반경 10분 이내에 있던 있던 대학병원 3곳을 포함 12곳의 병원이 수용을 거부했고 약 1시간 거리의 2차 병원인 부산진구 온병원 응급센터에서만 수용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해당 환자는 119구급대 이송 도중 부산 서구 구덕터널을 지날 때 급격한 의식저하를 보였고 온병원 응급실 도착 직전 심정지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이송 직후 온병원 응급센터 고영환 과장과 오무영 호흡기알레르기센터 센터장이 즉시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을 투여하고 기관 삽관을 통해 기도를 확보, 11시 4분쯤 자발순환을 회복시켰다.

그러나 환자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자발호흡도 불가능해 보호자 요청에 따라 인근 인제대학교 백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해당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17일 오전 기준 중태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병원은 항히스타민제 아나필락시스(전신 알레르기 반응) 증상으로 추정했다. 국내 통계상 항히스타민제 아나필락시스는 인구 10만 명당 연간 10건 내외, 사망은 100만 명당 0.1명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

오무영 센터장은 “항히스타민제의 일종인 페니라민주사에 의한 아나필락시스(전신 알레르기 반응)로 추정된다”며 “세계적으로도 보고가 드문 예외적인 약물 부작용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아응급 인력난과 병상 부족의 구조적 문제로 이런 예외적 사례에서조차 환자를 제때 수용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근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 회장은 “응급상황에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건 사회적 재난”이라며 “정부가 필수의료 인력 확충과 소아응급전담센터 확대 대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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