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구 관세청장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 범죄조직은 단속을 피해 국가를 이동하며 마약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대형 밀수 적발이 증가하는 것 역시 마약 범죄 조직이 새로운 경유지를 찾아 이동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공급망이 끊임없이 재편되는 구조에서는 단일 국가 차원의 대응에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마약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 ‘초국가 범죄’이며, 대응 역시 필연적으로 국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전형적 마약 소비국인 우리나라는 유통·소비되는 마약 대부분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만큼, 국경 단계에서의 차단이 가장 효과적이고 결정적이다. 관세청은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경로에서 사람과 화물을 직접 검사하는 국경관리기관으로서, 마약 대응의 출발점이자 국제 공조의 중심 주체로 역할을 확대해 왔다.
관세청은 2022년부터 전 세계 최초로 주요 마약 출발국과 양자 합동단속 작전을 전개해 왔다. 양국 국경에 세관 직원을 상호 파견하여 한국행 우범 화물과 여행자를 합동으로 선별·검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해외 출발 단계에서만 74kg, 약 25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을 사전에 차단했다. 또한 세계관세기구(WCO), 아세안(ASEAN),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와 다자 협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국제공조 기반 단속망은 국경 단계 검사를 보완하고, 출발국에서 위험 요소를 조기에 식별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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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에서 칼을 베고 자는 심정으로 온 힘을 다해 마약 공급을 막고 있지만, 왜 마약이 근절되지 않는지를 필자는 고민해 보곤 한다. 심지어 청소년층마저 소위 ‘공부 잘되는 약’이라며 각성 효과가 있는 약을 찾고 있는 요즘 현실을 돌아보면 더더욱 그렇다. 마약이 소재가 되는 미디어가 범람할수록 문턱이 낮아지는 점이 문제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치기가 어렵다. 케인스의 관점을 빌려보자면, 공급은 결국 수요에서 창출된다. 관세청이 국경에서 최대한 막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 모두가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바로잡을 때이다.
이명구 관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