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가 위치한 빌딩으로 시민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고려아연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내 전략 광물 제련소 건립 계획을 논의했다.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는 고려아연과 미국 측이 합작법인(JV)을 만들어 추진하며 총투자금은 약 10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국방부, 상무부, 방산 전략기업 등도 투자에 참여하고, 합작법인은 이 투자금으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계획대로 투자가 집행되면 현지 제련소에서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전략 광물들이 생산돼 미국 현지에 공급된다. 이번 투자는 8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발표한 미국과의 전략광물 협력 방안을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이 앞서 10월 희토류 등 전략광물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하자 고려아연과 전략광물 현지 생산을 위한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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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의 약 47%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최 회장은 우호지분을 합쳐도 33%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지분율이 유지될 경우 내년 3월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끝나는 고려아연 사외이사 6석 중 3석을 영풍의 우호인사로 채울 수 있게 된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이 같은 상황을 막고자 ‘우호지분 확보’를 목적으로 투자 계획을 세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총 의석 수는 19석으로 이 중 11석이 고려아연 우호 인사, 4석이 영풍 우호 인사다. 나머지 4석은 고려아연 우호 인사이지만 두 회사의 소송전으로 직무정지 상태다.
영풍 측은 “미국 투자가 필요하다면 제련소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면 되지, 굳이 미국 합작법인이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며 “지분을 미국에 내주고 리스크는 짊어지는 행태는 아연 주권 포기이자 기존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에서 투자 명분을 묻는 영풍 측 사외이사의 질의에 “한국은 전기요금이 너무 비싸져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 국내 사업 전망이 좋지 않아 해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맞서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전략적 자원 동맹’을 공고히 한다는 의미도 내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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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