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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정답만 찾는 시댄 끝… 기술 이해력 갖춘 ‘질문하는 경영인’ 키운다”

입력 | 2025-12-15 03:00:00

김언수 고려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인터뷰
CPA 합격 10년 연속 1위에… 국내 가장 많은 CEO 배출한
120년 역사 고대 경영대학… 미래 승부수는 ‘3C 4Tech’



고려대 경영대학 학장실에서 김언수 학장이 앞으로의 교육 비전과 달성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명문대 간판에 우수한 학생이 몰리고 자연스레 좋은 아웃풋을 내는 공식은 깨졌다.”

김언수 고려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의 진단이다.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경영본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그는 지금까지 국내 대학, 특히 명문 대학들은 ‘쉬운 게임’을 해 온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학장은 “지금까진 대학의 명성이 높으면 우수한 인재가 들어오고, 그들이 사회의 주축이 되면서 다시 명성이 쌓이고 인재가 들어오는 구조였지만 이젠 아니다”라며 “120년 역사의 고려대 경영대학(KUBS)이라도 기존 방식으론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학령인구의 급감, 학위 가치의 하락, 그리고 인공지능(AI) 혁신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대학 역시 근본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KUBS는 올해로 설립 120주년을 맞은 한국 경영학의 종가(宗家)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하고, 2016년부터 10년 연속 공인회계사(CPA) 시험 합격자 수 1위를 기록한 국내 최고의 경영대학으로 꼽힌다. 하지만 김 학장의 시선은 기존에 쌓아 올린 금자탑이 아니라 닥쳐오는 위기와 변화, 여기에 대응할 미래 전략을 향해 있었다. 그는 “전통적인 경영학 학위만으로는 이미 이공계 인재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시대”라며 최근 박차를 가하는 ‘3C 4Tech’ 전략을 강조했다.

3C 4Tech 전략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 것(3C)’과 ‘변하는 것(4Tech)’의 조화다. 먼저 김 학장은 미래 인재의 필수 조건으로 호기심(Curiosity), 협업(Collaboration), 기여(Contribution)를 꼽았다. 그는 “과거의 입시는 누가 정해진 시간 안에 정답을 빨리 찾느냐의 싸움이었지만 이제 답은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는다”며 “앞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은 현명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호기심’”이라고 말했다. 경영학의 본질인 ‘해결책 도출’을 위해선 호기심에서 나오는 끊임없는 질문으로 문제부터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사람뿐만 아니라 AI와도 팀워크를 이룰 수 있는 폭넓은 협업 능력,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여의 정신이 기술 혁신의 시대 경영학의 새로운 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Tech는 AI, AI 반도체, AI 로보틱스, AI 에너지를 의미한다. 엔지니어와 소통하고 그들을 선도할 수 있는 ‘테크 리터러시(Tech-literacy·기술 이해력)’를 갖춘 경영자를 키우기 위한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김 학장은 “공과대학과 협력해 AI 세부 트랙과 4Tech 마이크로 디그리 등 다양한 과정을 신설했다”며 “2026년까지 전체 교수 연구와 커리큘럼의 20%가 4Tech 분야와 직접 연관되도록 모멘텀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를 통해 현재 40위인 QS 세계 대학 평가 기준 글로벌 순위를 2030년 30위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모든 전공 학생과 기업 관계자가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는 ‘3C 트레이딩 존(3C Trading Zone)’을 조성하는 등 물리적인 환경 역시 혁신할 계획이다.

김 학장은 마지막으로 불변하는 경영학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세상이 아무리 기술 중심으로 변하더라도 결국 기술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람을 이끄는 것은 경영의 몫”이라며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지고 기술 이해를 바탕으로 협업하며 세상에 기여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게 KUBS가 120년 역사 너머의 120년을 준비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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