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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걸린 명예회복과 배상… 그래도 남은 쿠데타의 상처

입력 | 2025-12-12 09:00:00

1979년 12·12쿠데타 일어난지 46년
12·3 비상계엄으로 더욱 생생해진 역사
명예회복, 피해구제에 오래 시간 걸려
비자금 의혹 등 추가 진실 규명 필요



1996년 12월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오른쪽)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 12·12쿠데타 및 비자금 항소심 재판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각각 1심에서 사형과 징역 2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무기징역형과 징역 17년형으로 감형됐다. 동아일보DB


12일은 12·12쿠데타가 일어난 지 46년이 되는 날이다. 오래 전 역사 속 이야기였지만 불과 1년 전 12·3 비상계엄은 많은 사람들에게 40여 년 전 그날을 되돌아보게 했다. 12·12쿠데타의 진실이 규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완전한 명예회복은 여전히 미완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0년 넘게 걸린 진실 규명

김오랑 중령(왼쪽), 영화 ‘서울의 봄’에서 고 김오랑 중령을 연기한 배우 정해인. 영화 스틸컷 캡처


올 8월 서울중앙지법 민사911단독 유창훈 부장판사는 고 김오랑 중령의 유족에게 국가가 총 3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 중령은 12·12쿠데타 당시 정병주 육군 특전사령관의 비서실장이었다. 신군부의 총탄에 숨진 지 46년 만에 일부나마 피해 구제가 이뤄진 것이다.

김 중령이 숨진 46년 전 바로 그날 신군부 세력은 육군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이던 정승화 장군을 연행했다. 육군사관학교 사조직인 하나회 출신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과 노태우 당시 9사단장을 중심으로 일어난 군사쿠데타였다.

작전명 ‘생일집 잔치’가 실행되자 제3공수특전여단은 직속상관인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하기 위해 서울 용산의 육군특수전사령부로 진입했다. 전 장군 체포 명령을 정 사령관이 불응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 사령관의 곁을 끝까지 지킨 이가 바로 김 중령(당시 계급은 소령)이다. 그는 “사령관님을 두고 혼자 나갈 수 없다”며 권총 한 자루만 손에 들고 M16 소총으로 무장한 10여 명과 맞섰다. 김 중령은 결국 6발의 총탄을 맞고 쓰러졌고, 부대 뒷산에 암매장됐다가 훗날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옮겨졌다. 부인은 남편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시력을 잃고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신군부는 김 중령이 먼저 사격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사망을 ‘직무 수행이나 훈련 중에 사망’을 뜻하는 순직으로 기록했다. 1990년 뒤늦게 중령으로 특진 추서됐고 2014년 보국훈장 삼일장이 추서됐다. 2022년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를 통해서 비로소 그의 사망은 순직이 아닌 ‘전사’로 고쳐졌다. 죽음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고 명예를 회복하기까지 43년이 걸린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쿠데타 주역은 부귀영화…진실규명 ‘미완성’
쿠데타 주역들은 오랜 기간 부와 권력을 가진 삶을 누렸다. 신군부를 주도했던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은 차례로 대통령에 취임했다. 반란에 가담했던 군 인사들도 장·차관 등 자리를 꿰차거나 정계에 진출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쿠데타 세력에게 단죄가 내려지게 됐다. 전 전 대통령은 1995년 반란수괴죄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년 후인 1997년 12월 ‘국민 대화합’이라는 명목 아래 특별사면됐다. 그는 회고록에서 5·18을 왜곡했다. 게다가 추징금도 1000억 원가량 납부하지 않은 채 사망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 원을 선고받았다. 전 전 대통령과 달리 추징금을 납부하고 사과 성명까지 내는 등 반성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900억 원대 비자금 의혹이 불거졌다. 노 관장이 비자금 중 일부를 재산분할액 산정에 포함했는데, 대법원은 이를 ‘뇌물’로 보면서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12·12쿠데타로 인한 피해자들의 완전한 명예회복이 이뤄지기 위해선 관련 비자금 의혹이 정확히 가려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앞서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8월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관련자 처벌, 국고 환수 추진 등을 요구했다. 또 5·18기념재단도 신군부 세력과 일가의 재산 흐름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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