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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홍보 아제르바이잔댁 대상… 복지사 헌신 일본댁 우수상

입력 | 2025-12-11 03:00:00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
15회 맞은 다문화상, 개인-단체 12팀 수상

● 다문화 가족 부문
한국 유학 왔다 결혼한 라힐씨… 역사박물관 첫 외국인 해설사
세계에 한국 홍보 기업인 변신
베트남-日서 온 민서희-노무라씨… 사별 아픔 딛고 사회복지사로 자립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5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상패를 들고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노무라 나오미 씨, 민서희 씨, 다오반쌍 씨, 장명숙 씨, 주정하 씨, 왕정한 씨, 신희숙 대구민들레봉사단장, 이진선 부산 동래구 가족센터장, 강소현 서울 동작구 가족센터장, 아마도바 라힐 씨와 딸 이아린 양, 나지민 씨, 소피아 양.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아마도바 라힐 씨(36)는 해외 기업이 국내에 잘 정착하도록 지원하고,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여성 기업인이다. 17년째 한국에서 생활하며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다문화가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 기여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활발히 하며 온라인에서는 스타로 꼽힌다.

● 정부 초청 장학생에서 ‘K컬처’ 알리는 기업인으로

라힐 씨는 2008년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대학 국제교류팀에서 외국인 장학생을 담당하던 한국인 남편을 만나 긴 연애 끝에 2014년 결혼했다. 라힐 씨 남편은 평소에도 빨래와 설거지, 청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가정을 돌보고 있다. 두 사람이 단란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모습이 2021년 한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을 도왔다.

라힐 씨는 한국을 외국에 소개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영어, 튀르키예어 등 4개 국어가 가능한 라힐 씨는 2019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최초 외국인 객원 해설사로 위촉됐다. 지난해에는 코레버 컴퍼니를 설립해 의료, K뷰티,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라힐 씨는 지역사회와 직장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을 개선한 공을 인정받아 ‘제15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다문화 가족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상금 500만 원과 모국 방문 비용을 부상으로 받았다.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라힐 씨는 “이 상은 한국 곳곳에서 묵묵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다문화 가족들을 위한 격려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국과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많이 듣고, 더 깊이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은 한국을 다문화 친화적인 사회로 만드는 데 공헌한 이들을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올해는 다문화 가족 구성원과 공로자 등 개인 9명과 단체 3곳이 상을 받았다.

● 남편 사별 딛고 다른 여성에게도 도움

가족 부문 우수상은 남편을 잃고 홀로 꿋꿋이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정착한 여성에게 돌아갔다. 우수상 수상자 민서희 씨(39)는 고교 졸업 후 국제결혼으로 2005년 입국했다. 그는 첫 임신을 했을 때부터 시부모를 모시고 살며 거동이 불편한 시부모를 간병하는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버텼다. 게다가 남편은 사업 실패와 부모 별세 후 알코올의존증에 빠졌고, 2018년 급성 신장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 생계와 자녀 양육을 홀로 책임진 민 씨는 새벽에는 신문 배달을 하고, 주말에는 농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두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냈다. 민 씨는 2017년 건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2022년 졸업하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성실함과 친절함으로 자신과 가족의 삶을 구한 민 씨는 현재 부여군 공무직으로 다른 다문화 가족을 돕고 있다. 시상식에서 민 씨는 “한국에 살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좋은 분들을 만나 이 자리에 온 것 같다”며 자녀들에게 “엄마 옆에 있어 줘서 고맙다”고 했다.

● 홀로 4남매 키우며 ‘다문화 노인’ 돕는 꿈꿔

다른 가족 부문 우수상 수상자인 노무라 나오미 씨(51)는 한국에서 만난 남편과 함께 3남 1녀를 낳고 다복한 가정을 꾸렸다. 남편은 2010년 사고를 당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노무라 씨는 일본에 돌아오라는 부모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이 한국과의 인연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에 남았다.

노무라 씨는 전국 최초 결혼이주민 출신 사례 관리 사회복지사로 가족센터에서 일했다. 일본에 있을 때 개호복지사(요양보호사)로 일했던 경력을 살려 노인 복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노무라 씨 꿈은 다문화 가족 출신 이주민이 편히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요양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노무라 씨는 시상식에서 “아이들이 항상 도와주고 건강하게 커 줘서 상을 받은 것 같다”며 “1세대 다문화 이주민이 노인이 됐을 때 챙겨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인선 국회 성평등가족위원장, 정구창 성평등가족부 차관, 성상환 심사위원장(서울대 독어교육과 교수·한국다문화교육학회장),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축사에서 “꽃들이 모여 꽃다발이 됐을 때 더 예쁘고 조화를 이루듯이 다문화의 색이 우리 사회에 잘 어우러질 때 우리 미래 사회가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차관은 “오늘 수상자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들은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된다”며 “다문화 가족의 목소리를 경청해 실질적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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