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교류재단(KF)·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주최한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는 모습. 왼쪽부터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北 비핵화 죽었다는 건 단정적 판단”
비건 전 부장관은 3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KF)·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포럼에서 “‘(북한) 비핵화가 죽었다’고 말하는 건 너무 단정적인 판단”이라면서도 “북한 비핵화 전망이 그리 희망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대북 외교를 이끌 당시 “북한은 몇 주, 심지어 몇 달 동안 응답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됐다”며 “하지만 이후 조 바이든 정부 땐 4년 동안 미국과 북한 간 단 한 번의 소통도 없었다. 편지 한 통, 전화 한 통, 비공식적 접촉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고 있는 상황 △미중 관계의 악화 △지난 1년 동안 한국에서 나타난 정치적 불안정 △일본에서의 지도부 교체 등 모든 것이 미-북 간 대화 환경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헌법에 핵보유국 지위를 명시하는 등 일련의 환경 역시 북한 비핵화를 막는 장해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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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난 것과 관련해선 비건 전 부장관은 “협상에선 상대에게 어떤 유인이 작동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당시 북한이 원하는 걸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토로했다. 그는 “협상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건, 상대가 무엇을 원할 것이라고 우리가 추정하여 그것을 투영(projection)해버리는 것”이라며 “북한이 원할 것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결과를 유인책으로 제시해서 그들이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 조치를 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면, 우리가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와 병행해 움직이는 경제적·외교적 정상화 로드맵을 설계했지만, “정권 안정(regime stability)과 김씨 왕조의 생존”을 가장 우선시한 김 위원장 입장에선 오히려 외국 기업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환경 등이 정권 안정 등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느꼈을 수 있단 의미다.
● “지금 北 입장에선 美에 관여할 이점 전혀 없어”
한국국제교류재단(KF)·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주최한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는 모습. 왼쪽부터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선 외교 정책 과제가 매우 많아 북한 문제가 핵심 위치를 차지하진 못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이 있다고 비건 전 부장관은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북한 입장에서 미국에 관여할 이점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어떤 형태의 결과나 안정적 상태, 적어도 잠정적 해결(interim resolution)책이 나오기 전까진 북한이 미국과의 관여를 고려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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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