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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묶인 한국 유니콘… 美 4년간 229개 늘때 2개만 증가

입력 | 2025-12-04 03:00:00

한국 유니콘 기업 13개, 세계 11위
美 717개-中 151개 비해 성적 저조
성장기간도 韓 8.99년-中 6.27년
대한상의 “거점 도시 키워 혁신을”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4700억 원) 이상으로 성장한 ‘유니콘’ 기업의 수가 한국이 세계 11위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최근 4년 사이 유니콘 기업 2개가 늘어나는 데 그쳐 성장 기업 배출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글로벌 스타트업·벤처 시장조사 기관 CB인사이츠의 유니콘 기업 명단을 분석한 결과, 올 10월 기준 한국의 유니콘 기업 수는 13개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인 2021년과 비교해 2개 늘었다. 반도체 설계 업체 리벨리온과 패션 플랫폼 업체 에이블리가 가장 최근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들이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 1위 국가는 미국으로, 올해 유니콘 기업 717개가 있었다. 2021년 대비 229개 늘었다. 이어 중국(151개), 인도(64개), 영국(56개), 독일(32개) 순이었다. 2021년 말 대비 중국이 19개 줄었고 인도, 영국, 독일은 각각 9개, 19개, 7개 늘었다.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은 유니콘 기업 증가 규모에서 11위까지 국가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대한상의는 “한국은 신산업 진입을 가로막는 ‘포지티브 규제’와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가 많아지는 ‘성장 페널티’ 때문에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포지티브는 법으로 허용된 사업만 할 수 있고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규제를 말한다. 렌터카 기반 운송 서비스를 못하게 막은 ‘타다금지법’이 대표적이다. 2020년 국회는 해당 사업 모델을 법령에서 삭제해 타다 서비스를 불법으로 만들었다.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는 경제 규모 대비 유니콘 기업 우등생으로 평가받았다. 각각 국내총생산(GDP) 순위로는 27위, 26위인데 유니콘 기업 수는 7위, 10위로 한국보다 순위가 높다. 대한상의는 “두 나라 모두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우수한 인재, 투자자가 몰려드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한 덕분”이라고 했다.

한국은 창업 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기업 설립부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8.99년이다. 중국이 6.27년으로 가장 빨랐고 이어 독일(6.48년), 미국(6.70년), 이스라엘(6.89년), 프랑스(7.11년)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혁신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거점 도시를 집중 육성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캘리포니아주 북부 광역권인 베이(Bay) 지역을 롤 모델로 하자는 주장이다. 대한상의는 “대기업과 유니콘 기업이 어우러지는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거점 도시에 정책 실험의 장인 ‘메가 샌드박스’를 조기 도입해 기업들이 규제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할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했다. 또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처럼 정부가 마중물이 돼 국내외 해외 자본을 끌어오고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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