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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삼양 “미주, 유럽 개척” VS 오리온 “중국, 러시아 집중”… 엇갈린 시선

입력 | 2025-12-03 16:39:00

라면업계 오너 3세, 해외 시장 확대 집중
농심-오뚜기는 미국, 삼양식품은 유럽에 공들여
‘초코파이’ 오리온, 2027년 러시아 신공장 목표



삼양식품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대형 쇼핑몰인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에서 개최한 팝업스토어에서 현지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가 미주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K-컬처의 영향으로 라면, 김치, 스낵 등 다양한 한국 식품이 미주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에 따른 것이다. 반면 규제, 전쟁 등 리스크 요소가 남아있지만 전통적인 핵심 식품 수출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하는 등 기업별로 전략차가 나타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 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업계는 30대 오너 3세들이 최근 경영 핵심 보직에 배치됐다. 농심은 신상열 미래사업실장 전무(32)를 부사장으로, 삼양식품은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COO) 상무(31)를 전무로 각각 승진시켰다.

신상열 부사장과 전병우 전무가 맡을 중책은 신사업 발굴과 더불어 해외 시장 확대다. 해외에서도 북미와 유럽시장에 시선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기존 주요 시장이었던 중국을 넘어 미주와 유럽에서도 한국 식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쿠카몽가의 농심 제2공장.


현재 농심은 미국에 2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총 10억1000만 개의 라면을 만들 수 있는 규모다. 농심은 일찌감치 미주 성장세에 주목, 2005년 미국 LA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17년 만인 2022년부터 미국 제2공장을 가동했다.

농심의 미주 지역 매출은 제2공장 가동 첫해인 5760억 원으로 전년대비 38% 증가했으며, 이듬해 6352억 원으로 또다시 10% 늘었다. 미주는 제2공장 가동 2년 만에 매출이 53% 증가하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삼양식품 중국과 미국을 넘어 유럽까지 ‘글로벌 3거점’을 완성했다. 지난해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판매법인을 설립했으며,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8000만 유로(약 1400억 원)를 달성했다. 최근에는 물류 자회사 삼양로지스틱스를 통해 암스텔베른에 창고 및 운송업을 전담하는 삼양로지스틱스유럽 법인 등록을 마쳤다. 이곳은 판매법인이 국내 본사에서 라면을 매입하면 이를 현지 도소매상과 소비자채널로 공급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도 지난달 하반기 첫 글로벌 현장 경영지로 독일을 택하는 등 유럽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경호 유럽법인장을 2026 정기 임원인사에서 임원(상무)으로 승진시킨 것도 그룹 차원의 기대감이 반영된 셈이다.

이밖에도 오뚜기는 2005년 미국에 진출하며 판매법인 오뚜기아메리카를 설립했으며, 18년 만인 2023년 생산법인 오뚜기푸드아메리카를 출범했다. 현재 2027년 목표로 생산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와 뚜레쥬르의 CJ푸드빌도 미국에 제빵공장을 짓고 있다.

반면 오리온은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오리온의 올해 3분기 누적 해외 매출 비중은 68.8%에 달한다. 특히 전쟁 리스크 속에서도 러시아 법인이 3분기 매출액 896억 원, 영업이익 117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44.7%, 26.9% 증가하며 가장 큰 성장폭을 보였다. 러시아 공장가동률도 지난해 3·4분기까지 평균 100.0%였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117.6%를 기록했다.

러시아 한 마트 매대에 초코파이가 진열돼 있다. 


러시아에서 오리온의 인기는 초코파이 덕이다. 초코파이 수박, 후레쉬파이 패션후르츠 등 현지 수요 맞춤형 제품을 다변화한 것이 통했다. 공장 가동률을 117%까지 끌어올렸지만 공급량이 부족할 정도. 이에 오리온은 2400억 원을 들여 트베리 공장 내 신공장 구축을 한다. 2027년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생산량이 지금의 두 배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오리온은 중국도 핵심 시장으로 두고 있다. 중국 내 7개 생산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지주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이 오리온홀딩스의 주요 자회사다. 중국 내 사업 호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중국법인 설립 29년 만에 처음으로 팬오리온코퍼레이션으로부터 배당금 1334억 원을 받기도 했다. 오리온은 내년 2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선물 수요에 대응한 기획제품을 출시해 성장세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마찬가지로 초코파이를 생산하는 롯데웰푸드도 올해 처음으로 러시아 법인 매출이 8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러시아 법인 매출은 7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늘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 뉴욕지부에 따르면 미국 F&B 시장은 지난해 약 1조8800억 달러(약 2800조 원)규모로, 글로벌 F&B의 약 2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미국은 지난해 상반기 한국 농식품의 최대 단일국 수출 대상국이 되면서 중국을 제치고 선두 자리에 올랐다. 이는 한국 식품의 대미 수출이 17% 증가한 결과이며, 미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의 대미 식품 수출은 라면, 김치, 가공 쌀 제품, 스낵, 음료 등 주요 카테고리에서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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