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보다 비용 적어 분쟁조정 신청 올해 처음으로 1000건 돌파 가능성 강제력 없어 ‘불수락’땐 배상 못받아 “소송참여 않은 다른 피해자도 보호… 집단소송제 확대도 고려해야” 지적
● 개인정보 분쟁, 5년 새 3.2배로
2일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정보위 산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분쟁조정위)가 10월까지 처리한 분쟁조정 사건은 949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297건)의 3.2배다. 이 추세면 올해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연간 1000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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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조정안이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다. 분쟁조정위가 아무리 높은 배상액을 권고해도 유출 기업이 거부하면 조정은 무산된다. 실제 올해 불거진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에서 3998명이 분쟁 조정을 신청했고 분쟁조정위는 “1인당 30만 원씩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조정 불성립’ 사례는 2020년 8건에서 올해 114건으로 늘었다. 이 중 106건(93%)은 기업 등 개인정보처리자가 거부한 경우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쿠팡 유출 사건에서 분쟁 조정 결과가 나오더라도 쿠팡이 이를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기업과 소송 시 소비자 불리, 대책 필요
사진은 1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모습. 2025.12.1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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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정보 유출 사건에서도 일부 이용자가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법적 전문성이 없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업과의 소송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통신 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드러난 9월 성명서를 내고 “현 제도에서는 피해가 광범위해도 많은 피해자가 소송 비용과 절차의 부담 때문에 권리 구제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도진수 대한변협 공보이사는 “한 사건에 수천만 명이 원고로 참여한다고 가정할 경우 법원에서 이들이 실제 위임자인지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만으로도 막대한 시간이 든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권리 보호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집단소송을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정보 분쟁조정 제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적인 민사소송은 1심 판결 기준으로 1∼2년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분쟁조정의 경우 3개월 정도로 소요 기간이 짧다.
유 의원은 “분쟁조정위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불성립된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개정을 통해 실효성을 늘리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의 분쟁 조정에서 피해자를 대리한 양홍석 변호사는 “분쟁조정안을 유출 기업이 수락하는지를 과징금 산정에 반영하는 방식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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