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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계[내가 만난 명문장/조무원]

입력 | 2025-11-30 23:06:00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손으로 만지기보다 눈으로 보아서 판단한다.”

 ―마키아벨리 ‘군주론’ 중




조무원 정치학 연구자·‘거짓말 게임’ 저자

누구나 진심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던 사소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선의를 담아 한 말이라도 상대는 단어 하나에만 꽂혀 완전히 다른 의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너 왜 나한테 그렇게 말해?” 우리 일상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오해와 불신으로 가득하다.

‘손’이 직접 만지고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상의 실제 성격을 가리킨다면, ‘눈’은 대상이 지닌 외양의 이미지를 의미한다. 마키아벨리는 혼란한 정국에서 통치자가 진심이나 의도보다 시각에 의해 매개되는 보이는 결과에 몰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쉽게 말해 관건은 어떻게 보이느냐다.

짧은 분량과 현대적 문체 덕분도 있겠지만, 통치에 관한 이 짧은 책이 여전히 널리 읽히는 이유는 오늘날 우리의 일상이 정치 이론가가 마주한 현실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군주들이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확고히 하고자 이 악의 교사에게 귀를 기울였다면, 오늘날 보통의 사람들은 직장과 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해 이 책을 펼친다. 마키아벨리는 진실한 것보다 진실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럴듯한 연기다.

정치적 행위는 폭력만큼이나 거짓말을 수반한다. “저 인간 정치적이야”라는 말이 윤리적 힐난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의 세계가 통제할 수 없는 우연과 변수로 이뤄져 있다면, 외면할 수 없는 정치의 무대에서 폭력보다는 연극적 거짓말이 낫지 않을까. 거짓말은 그 자체로 찬양받을 덕목이 아니라, 이 세계를 함께 사는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다. 남들에게 영영 꺼내 보여줄 수 없는 내면의 진심에만 몰두한다면,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진짜 진실들과 끝내 마주할 수 없을지 모른다.



조무원 정치학 연구자·‘거짓말 게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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