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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과학자 제도가 잘 되려면”[기고/김지현]

입력 | 2025-11-30 23:06:00

김지현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이재명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우수 과학기술인을 예우하는 ‘국가과학자’ 제도를 추진한다고 한다. 전(全)주기 연구 지원과 함께 과학기술 강국 도약의 요체인 인재 확보 측면에서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의 굴욕과 전쟁의 잿더미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21세기 들어 삼성, 현대, SK, LG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누비는 쾌거는 우리 국민의 높은 교육열과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육성에 힘입은 바 크다.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지식 생산의 중심지다. 특히 연구개발의 허브로서 기초과학부터 응용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우리의 경우, 관학(官學)만큼이나 사학(私學)의 사회적 역할도 크다.

고조선의 홍익인간 정신, 고구려의 태학과 경당, 신라의 국학과 화랑도, 고려의 국자감과 사학, 조선의 성균관과 서원, 그리고 현대의 대학입시 열풍까지 우리 민족의 학문 중시 전통은 유구한 역사 속에 집단 무의식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우리나라는 고조선부터 삼국시대,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박사’라는 직위를 두었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개발 추진과 함께 1966년 국가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를 설립해 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

박 대통령은 자주 홍릉 연구소를 찾아 격려했다. 연구원들에게는 대통령보다 높은 연봉과 원내 아파트 제공, 당시 흔치 않았던 의료보험 혜택 등 파격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연구원들은 언제나 사회적으로 우대받았고, 24시간 내내 불 꺼지지 않는 연구소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열망은 컸다.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첨단바이오, 우주항공 등 미래 전략 분야가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핵으로 부상하는 요즘, 이재명 정부 역시 과학기술부총리 직제를 부활하고 국가과학자 제도 도입을 포함한 전방위적 과학기술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국가과학자는 단순히 뛰어난 연구 성과를 넘어, 정책자문역으로서 국가 과학기술의 방향을 제시하고 후속 세대의 멘토로서 과학기술의 위상을 높이며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국가과학자가 존경받고 해당 제도가 잘 뿌리내리려면 국민과 학계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인물이 선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과 차세대 회원 선출, 과학기술유공자 지정 및 대한민국학술원상의 심사 기준과 절차 등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과학과 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가 연구개발의 양적인 성취, 저명 저널에 게재되는 논문 숫자 등에 가려지지 않아야 한다.

국가과학자를 정년 제한이 없는 ‘국가석좌교수’와 연계하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의 정책 조율 및 연대가 필수적이다. 국가과학자 제도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됐지만 다음 정부에서 흐지부지된 ‘국가석학’ 제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국회 입법을 통한 지속성 담보도 필요하다.

격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과학기술은 국가 안보와 미래 주권의 핵심이다. ‘K팝’과 ‘K푸드’가 세계를 휩쓰는 지금, 우리 젊은이들이 과학자를 꿈꾸고 ‘K과학’이 세계 표준이 되는 날을 고대해 본다.

김지현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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