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배당소득 분리과세 합의] 내년부터 배당소득 분리과세… ‘부자 감세’ 비판에 ‘50억 초과’ 신설 30% 최고세율 대상 100명 안팎… 연간 세수 감소 3000억대 될듯 시장선 “기대 이하, 아쉬워”… 금융지주 주가 큰 움직임 없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만나 김 원내대표 옷깃 위의 먼지를 떼어주고 있다. 두 대표는 이날 법인세와 교육세 인상 관련 협상을 위해 만났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왼쪽부터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송 원내대표, 김 원내대표, 기재위 여당 간사 민주당 정태호 의원.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광고 로드중
여야가 28일 합의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은 증시 활성화와 ‘부자 감세’ 비판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고세율을 30%로 기존 정부안(35%)보다 낮춘 대신 적용 대상은 소수 대주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고세율이 여전히 25%보다 높고, 대상 요건이 까다로워져 기업들의 배당 증대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100명 안팎 대주주만 최고 30% 과세”
광고 로드중
앞서 정부는 증시 투자자들의 세 부담을 줄이고, 기업들이 배당 성향을 높일 수 있도록 주식 배당소득에 분리과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7월에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연 3억 원이 넘는 배당소득에 최고 35% 세율을 적용한 안을 내놓자 이를 25%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주주들이 주식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 최고세율 25%보다 배당소득 세율이 높으면 배당 확대 유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최고세율 인하를 시사하며 여야 합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도 지난달 “25% 정도로 낮춰야 배당을 할 것 아니냐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며 보조를 맞췄다. 정부와 여당은 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최고세율 25% 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당 강경파 의원들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해 이날 과세 형평성을 고려한 절충안이 마련됐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이날 조세 소소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50억 원 이상은) 주식 배당을 받는 사람의 0.00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고세율 30%를 적용받는 대상은 100명 안팎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25% 이하의 세율을 적용받는다는 설명이다.
● 배당 증가 기준은 2배로 높아져
여야 합의안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요건도 ‘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배당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상장법인’으로 바뀌었다. 기존 정부안은 ‘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배당이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증가한 상장법인’이었다. 증가율 요건이 까다로워진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배당 증가 노력을 많이 한 기업에 혜택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탓이다.
광고 로드중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정부안보다 낮아진 것을 환영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고세율이 기대했던 25%보다 높아 배당을 적게 하던 기업들이 이를 늘릴 정도의 유인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배당성향이 40% 이상인 기업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2732개) 중 254개(9.3%)에 그친다. 배당성향이 25% 이상인 기업 407곳(14.9%)도 배당을 전년 대비 10% 이상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고세율 25%보다 후퇴했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여야의 합의 소식에도 배당성향이 높아 분리과세가 적용될 것으로 꼽히는 KB금융(+0.89%), 신한지주(―0.38%), 하나금융지주(0%) 등의 주가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고배당주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광고 로드중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