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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의대증원 보고때마다 “더” “더”…500→1000→2000명으로

입력 | 2025-11-27 12:12:00

감사원 ‘의대정원 증원’ 감사결과
尹 ‘1000명 이상’ 지시에 부랴부랴 근거 만들어
단계적 증원 보고에 “그때마다 갈등 초래” 거부
대통령실, 조규홍에 “2000명 일괄증원이 좋겠다”
2000명 수치 어떻게? “부족한 1만명, 5로 나눈 것”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2.1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감사원이 27일 발표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감사 결과에는 2000명이란 숫자가 어떻게 결정됐는지 그 우여곡절이 담겨 있었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은 절대적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단계적 증원을 건의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 “필요한 만큼 충분히 늘려야 한다” 등의 지시로 ‘2000명 일괄 증원’을 관철시켰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당시의 상황을 살펴봤다.

● 尹, 처음부터 “충분히 늘려라”

1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으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10.10 뉴스1

의대 정원이 처음 윤석열 정부의 과제로 떠오른 것은 2022년 7월 24일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의 한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 증상으로 이 병원 응급실에 갔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이 사고는 대형병원마저도 필수의료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당시 파장이 컸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7월 30일 사고의 원인을 복지부에 질문했고, 당시 복지부 2차관은 의사 수 절대 부족이 원인이라며 의대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전 대통령은 복지부의 보고에 “필요한 만큼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조규홍 당시 복지부 장관은 다음해인 2023년 6월 2일 윤 전 대통령에게 2025년부터 2030년까지 1년에 500명씩 6년간 총 3000명을 증원하는 안을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윤 전 대통령은 “(1년에)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의료개혁을 하지 않으면 국가라 할 수 있겠느냐”며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강행 의지를 밝혔다. 2024.08.29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감사원은 관련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 반응이 1000명 이상으로 해야하지 않냐해서 1000명으로 했고 그래서 더 늘리라고 하니까 근거를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넉달 뒤인 2023년 10월 6일 2025년부터 2027년까지는 1년에 1000명씩, 2028년에는 2000명을 늘려 4년간 총 5000명을 증원하는 안을 보고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며 증원안을 다시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 단계적 증원 ‘반대’…尹 뜻대로

이후 상황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이관섭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023년 12월 12일 ‘2035년 부족 의사 수’가 약 1만6000명이라고 보고하는 조 전 장관에게 ‘2000명 일괄 증원안’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전 실장은 복지부가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보고한 것(당장 부족한 의사 수 제외)을 토대로 “(5년 간 증원하기로 한 만큼) 1만 명을 5로 나눠 2000명을 제시했다”고 감사원에 진술했다. 다만 그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윤 전 대통령과 사전에 상의하지는 않았다는 진술도 함께 내놨다.

보름 뒤 조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900명으로 시작하는 단계적 증원안’과 이 전 정책실장의 의견을 반영한 ‘2000명 일괄 증원안’을 각각 제1안, 제2안으로 보고했다. 그는 2000명 일괄 증원안의 경우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첫해 900명만 증원하는 제1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증원 단계마다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로 단계적 증원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고, 2000명 일괄 증원안에 대해 의사단체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등을 “더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은 대통령실 비서실장 주재 전략회의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1월 4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조 전 장관은 2025년 1700명만 증원하고, 지역 의대 신설 시기에 맞춰 300명을 추가 증원하는 새로운 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 전 비서실장은 2000명 일괄 증원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린 5058명으로 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02.06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결국 조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6일 의대 정원을 3056명에서 5056명을 증원하는 ‘2000명 일괄 증원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날 일각에서 제기됐던 역술인 ‘천공’ 등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2000명’이라는 숫자를 처음 말하기 시작한 것은 이 전 실장이며 역술인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선을 그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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