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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대여, 55만∼330만원’ 스드메 가격공개 하나마나

입력 | 2025-11-26 03:00:00

범위 너무 넓어 공개 의무화 무색
장식 추가로 웃돈, 새 옷이라고 웃돈
최소 가격만 표시후 추가금 폭탄
전문가 “평균값이라도 공개해야”




내년 9월 결혼을 앞둔 회사원 나모 씨(30)는 웨딩드레스를 고르느라 최근 대여 업체를 7곳이나 돌았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여료를 비교해 방문할 곳을 미리 추리려 했지만, 대다수가 선택품목(옵션)을 뺀 ‘최소 가격’만 적어놔서 소용이 없었다. 실제 업체들은 작은 장식 하나만 추가해도 ‘디자인 추가’라며 웃돈을 불렀다. “아직 다른 신부가 한 번도 입지 않은 신상”이라며 ‘퍼스트 드레스(신상품 착용비)’ 요금 100만 원을 요구한 곳도 있었다. “당일 계약 시 10% 할인” 같은 말이 따라붙으면서 계산은 더 복잡해졌다. 나 씨는 “조건별 가격을 미리 확인할 수 없어 결국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 가격 공개 의무화했더니 “추가금 55만∼330만 원”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 시장은 오래전부터 옵션별 가격이 고무줄처럼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8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결혼 서비스 옵션은 54개에 달했다. 이달 결혼하는 김동우 씨(34)는 “혼주 한복을 고른 뒤에 갑자기 추가금 이야기가 나왔다”며 “기본 가격 외에 옵션은 상세히 알 수 없어 결국 수십만 원의 ‘추가금 폭탄’을 맞았다”고 했다.

이 같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12일부터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를 개정해 웨딩업체가 서비스 항목과 요금, 위약금 등을 ‘최소∼최대’ 범위로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6개월 계도 기간 이후 이를 어기면 최대 1억 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취재팀이 25일 한국소비자원 정보서비스 ‘참가격’에 비용을 공개한 업체 117곳을 살펴본 결과, 32곳이 여전히 최소 금액이나 기본 금액만 표시하고 있었다. 몇 곳에 추가금을 문의하자 “직접 오셔야 알려드릴 수 있다”며 방문 상담을 유도했다. 22곳은 아예 가격을 표시해 두지 않았다. 업체의 46%가 규정을 어긴 채 영업하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 63곳은 공정위 규정대로 최소∼최대 가격을 기재했다. 하지만 가격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드레스 업체는 추가금 범위를 55만∼330만 원으로 기재해 둔 채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고만 설명했다. 올해 말 결혼하는 송정규 씨(38)는 “가격 폭이 너무 넓어서 예산을 잡기가 어렵다”고 했다.

● 전문가 “평균값이라도 공개하게 해야”

규정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가격을 미리 비교해 보려면 맞춤형 가격을 공개해야 하는데, 업계 편의에 맞추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규제만 추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중, 주말 등 조건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이고 업계 불만이 심해 현재로선 ‘최소∼최대’ 방식의 가격 공개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 웨딩업체 관계자는 “계절과 옵션, 투입되는 인력의 경력에 따라 가격 조합이 10가지가 넘는데 모든 경우의 수를 정리하고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격 요소가 복잡한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예상 지출을 대략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비교 서비스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숙박이나 항공권은 지역과 날짜, 옵션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지만 손쉽게 최저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자동차도 옵션별 금액이 크게 차이 나지만, 온라인 셀프 견적을 통해 대략적인 금액은 파악할 수 있다”며 “스드메 시장에서도 예상 금액을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당장 맞춤형 견적 시스템 도입이 어렵다면 ‘최소∼최대’ 대신 평균값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기본 요소 항목이라도 평균값을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계약 조건을 누설하지 못하게 하는 등 가격 투명성을 낮추는 ‘독소 조항’도 손봐야 한다”고 했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신예린 인턴기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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