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47-8 기종으로 운용되는 공군 1호기. 동아일보DB
이원주 산업1부 기자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설 때는 참모진과 경제사절단, 취재진 등이 많게는 수백 명 규모로 꾸려진다. 미국 대통령처럼 비행기 2대를 동시에 운용할 수 없다면 큰 비행기가 더 낫다. 그런데도 항공 종사자들이 이런 우려를 한 이유는 이 비행기의 ‘체급’ 때문이었다.
체중 등에 따라 체급을 매기는 격투기처럼 비행기도 체급이 있다. 한쪽 날개 끝에서 다른 쪽 날개 끝까지의 길이(윙스팬)와 주륜 바퀴의 최대 폭 등 두 가지를 가지고 체급을 정한다. A가 가장 작고, F가 가장 크다. 통상 경비행기가 A급에 속하고, 저비용항공사에서 많이 쓰는 보잉 737, 에어버스 A320 기종은 C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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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F급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격투기도 체급이 맞는 선수끼리 시합을 붙이듯, 비행기도 등급이 맞는 공항에만 내릴 수 있게 돼 있다. 한국 공항의 경우 F급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인천, 김포, 청주, 김해, 제주 등 5곳뿐이다.
하지만 이는 ‘수용이 가능하도록 공항이 지어졌다’는 의미일 뿐 실제 공항의 원활한 운용이나 주기장 제약 등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F급 항공기가 다닐 수 있는 곳은 인천이 유일하다. 다른 공항은 상황에 따라 F급 항공기가 착륙할 때 다른 항공기의 이동을 멈춰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서다.
물론 국가 요인을 위한 별도 공항을 갖춘 국가나, 주요국 대도시 공항은 대부분 F급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순방이 항상 이런 대형 공항이 있는 곳만 가는 건 아니다 보니 항공 종사자들은 ‘실무적’ 관점에서 우려했던 것이다.
갈 수 없는 공항이 많다는 F급 항공기의 단점은 A380이나 747-8이 일찍 단종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했다. A380은 2021년, 747-8은 2022년을 끝으로 생산이 모두 중단됐다. A380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있는 나라인 프랑스의 제1항공사 에어프랑스에서도 일찌감치 이 기종을 모두 퇴역시켰고, 한때 독일 루프트한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747-8을 보유했던 대한항공도 이 기종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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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 산업1부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