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연극 ‘갈매기’에서 연출가로 도전한 배우 이순재. 동아일보 DB
유족 등에 따르면 이 씨는 이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4살 때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다. 호적상으로는 1935년생이다. 현역 최고령 배우인 고인은 올해가 데뷔 69년차였다.
리어왕 역의 배우 이순재가 10일 서울 SNU 장학빌딩 베리타스홀에서 열린 연극 리어왕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장면시연을 하고 있다. 2023.05.10. 뉴시스
광고 로드중
연극 ‘리어왕: KING LEAR’에서 배우 겸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이순재. 더웨이브 제공
고인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인기를 끌면서도 연극 무대를 놓지 않았다. 연극 ‘장수사회’와 ‘사랑해요, 당신’ ‘리어왕’ 등에서 연기 열정을 불태운 것. 특히 2021년 연극 사상 최고령 ‘리어왕’을 연기한 고인은 3시간 20분이 넘는 원전 분량을 그대로 살리며 23회차 전 공연에서 홀로 역할을 책임져 박수를 받았다. 2023년 희곡 ‘갈매기’를 통해선 첫 연출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중도 하차하며 휴식을 취해왔다.
배우 이순재 씨가 11일 방영된 ‘2024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생애 처음으로 대상을 받은 뒤 수상 소감을 말하다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KBS TV 화면 캡처
그런 고인이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올해 1월이었다. 지난해 9~10월 방송된 KBS드라마 ‘개소리’에서 연기한 그가 구순의 나이에 생애 처음 지상파 연기대상을 받은 것이다. 다소 야윈 모습으로 후배들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고인은 “언젠가는 한번 기회가 오겠지 하고 늘 준비하고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인은 연기 외에 의정 활동도 했었다. 1988년 정계에 뛰어들어 1992년 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에 당선된 뒤 부대변인까지 역임했다. 하지만 15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하고는 다시 연예계로 복귀했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