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종전 협상] 루비오-젤렌스키 “긍정적”에도… 돈바스 ‘사실상 러시아령’ 인정 등 우크라에 불리한 내용들 많아… 유럽 국가들도 “수정해야” 요구 트럼프 “우크라 고마움 표시 안해”
“평화 프레임워크, 기존보다 정교해져”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논의한 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양측은 이번 논의로 “기존보다 정교해진 ‘평화 프레임워크’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제네바=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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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우크라이나가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 양측은 회담 후 공동 성명에서 “협의가 매우 생산적이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또 “어떠한 향후 합의도 우크라이나 주권을 완전히 보장하고, 지속적이며 공정한 평화를 담보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또 ABC방송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와도 별도로 만나 논의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3년 9개월 동안 이어진 이번 전쟁을 끝내기 위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틀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27일까지 평화구상안(종전안)에 합의하라”고 종용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이 마련한 평화구상안에는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내용이 많고, 우크라이나는 물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마련할 최종 평화구상안에 이들의 요구 사항이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
● 루비오-젤렌스키 “회담 긍정적”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제네바에서 만나 평화구상안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했다. 양측은 “이번 논의로 기존보다 정교해진 ‘평화 프레임워크’가 마련됐다. 이 프레임워크의 최종 결정은 양국 대통령이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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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입장을 조율하는 모양새지만 평화구상안 세부 내용을 둘러싼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불만은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측 초안에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이번 전쟁 후 대부분을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를 합한 지명) 전체를 ‘사실상 러시아령(de facto Russian)’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이 이전에 사용하던 ‘사실상 러시아가 통제하는 지역(de facto Russian control)’보다 훨씬 러시아에 유리한 표현이다.
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등은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돈바스 완전 포기’ 대신 현 전선을 기준으로 협상을 진행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군 규모도 미국이 제시한 60만 명보다 많은 80만 명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대신 나토식 집단 방위와 동등한 미국의 안보 보장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런 요구는 러시아가 반대해 온 내용이라 최종 평화구상안에 담길지는 불투명하다. 포함될 경우엔 러시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 진퇴양난 젤렌스키 선택에 관심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노력에 고마움을 전혀 표현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종전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압박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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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