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선 교수·여의도성모병원 안과병원장
청년층 녹내장 증가 역시 소아 근시 유병률 증가로 청년기의 고도 근시 비율이 높아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소아 근시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성인기 실명성 안질환도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초기 자각증상이 적은 근시의 특성상 국가건강검진에 안저 촬영 등 기본 망막 검사를 도입하고 소아 근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근시를 공중보건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에는 이미 성공 사례가 있다. 중국은 2018∼2023년 야외 활동 확대와 초등 저학년 필기 숙제 제한 등 정책으로 근시 유병률을 0.9% 낮췄다고 보고했다. 싱가포르는 유치원·보육시설 시력검사, 야외 활동 장려, 교육 핸드북 배포, 바우처 지원을 결합해 학생 근시 유병률을 2004년 38%에서 2009년 33%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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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가정에서 올바른 생활 습관과 정기검진을 통해 소아 근시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만 한다. 아이에게 매일 2시간씩 야외 활동을 권장하고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때는 가능한 큰 화면을 선택해 밝은 환경에서 30㎝ 이상 떨어뜨려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정기적으로 안과 전문의를 찾아 시력 변화뿐 아니라 안축장(안구의 앞뒤 길이) 등 진행 지표를 추적하는 장기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진 과정에서 근시가 나타나면 아이의 연령, 진행 속도, 생활 패턴에 맞춰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야 한다.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아트로핀 점안액은 비침습적이고 간편하지만 개인에 따라 빛 번짐, 근거리 초점 저하 등이 생길 수 있다. 드림렌즈(각막굴절교정렌즈)는 수면 시간에만 착용하면 된다는 이점이 있으나 착용과 관리 난도가 높고 각막 특성에 따라 교정이 제한될 수 있다. 마이사이트는 일회용 소프트렌즈로 위생·관리 부담이 적고 검안 당일 피팅이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으며 고도 근시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한다. 다만 매일 착용이 필요하고 비용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치료의 성패는 지속성에 달려 있으니 보호자와 아이, 의료진이 현실적으로 지속가능한 조합을 함께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근시 관리는 오늘의 시력을 맞추는 일을 넘어 내일의 안질환 위험을 낮추는 투자다. 국가와 학교, 가정이 함께 아이에게 올바른 생활 습관을 교육하고 정기검진을 통해 시력 이상을 조기에 찾아내 검증된 치료 옵션으로 장기 관리에 착수해야 한다. 아이의 눈은 한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지금 시작하는 조기 개입과 꾸준한 관리가 최선의 예방이다.
나경선 교수·여의도성모병원 안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