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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대신 피부에 ‘바르는 인슐린’ 동물실험 성공

입력 | 2025-11-24 03:00:00

영-중 공동연구팀, 고분자 개발
혈액까지 인슐린 안전하게 전달



게티이미지코리아


보통 주사로 이뤄지는 인슐린 투여 방식에 새 가능성이 제시됐다. 오랫동안 단백질 약물은 분자가 너무 커서 피부를 뚫고 들어갈 수 없다고 여겨져 인슐린 투여는 주사가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과 중국 저장대 공동 연구팀이 피부 구조를 손상시키지 않고도 인슐린을 혈액으로 전달하는 고분자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9일(현지 시간) 게재됐다.

개발된 고분자의 이름은 ‘OP’다. 피부 표면은 약산성이고 안쪽으로 내려갈수록 pH가 중성으로 바뀐다. OP는 pH 변화에 따라 전기적 성질이 달라진다. 표면에서는 양전하를 띠며 각질층 지질에 달라붙는다. 깊은 층에서는 전하를 잃고 세포 사이를 따라 이동한다. OP는 각질층에서 표피·진피를 연속 통과해 림프관과 혈관으로 진입한다.

연구팀은 OP를 인슐린과 결합시킨 ‘OP-인슐린’을 생쥐와 미니 돼지 피부에 바르고 혈당 변화를 추적했다. 1형 당뇨 생쥐에게 OP-인슐린을 바르자 1, 2시간 안에 혈당이 정상 범위로 내려갔다. 효과는 약 12시간 지속됐다. 대조실험에서 인슐린만 바르거나 다른 고분자와 결합한 인슐린은 혈당 수치를 거의 바꾸지 못했다.

피부 구조가 사람과 유사한 미니 돼지에서도 효과를 확인했다. 미니 돼지는 실험용 소형 돼지로 피부 두께와 구조가 사람과 비슷해 피부 투과 연구에 널리 쓰인다. OP-인슐린을 바른 뒤 약 2시간 만에 정상 혈당을 회복했다. 안정적인 혈당 조절 효과는 약 12시간 이어졌다.

조직 분석 결과 OP-인슐린은 간·지방·근육 등 혈당 조절 핵심 기관에 도달해 정상적인 인슐린 신호를 활성화했다.

피부 안전성도 문제없었다. 생쥐와 미니 돼지 모두 피부 두께 변화, 염증, 세포 손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혈액·간·신장 기능도 정상이었다.

임상 적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쥐 실험에는 체중 1kg당 116단위, 미니 돼지에게는 29단위의 인슐린이 쓰였다. 일반적인 성인 1형 당뇨병 환자의 하루 인슐린 총투여량은 체중 1kg당 0.5∼1단위 수준이다. 사람 피부에서 OP가 동물과 같은 경로로 이동하는지도 미지수다. 반복 사용 시 변화, 장기 누적 효과 등 현실적 과제가 남아 있다.

연구팀은 “피부를 통한 인슐린 전달 가능성을 동물에서 확인한 사례”라며 “인슐린 외에도 단백질 약물·유전자 치료제 등 대분자 의약품 전체로 확장될 수 있는 점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조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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