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뉴질랜드에 있을 때 한번은 여의도고 6년 선배님이 사모님과 함께 온 거예요. 딸을 뉴질랜드로 시집보내고 약 한 달 머물게 됐죠. 제가 두 분이 심심하실까 봐 근처 산으로 트레킹을 함께 다녔어요. 그게 인연이 돼 평생 해보지 않은 마라톤에 입문하게 됐어요.”
소 강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자 그 선배가 함께 달리자고 한 것이다. 그 선배는 너마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었다. 너마클은 일요일 새벽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함께 운동하고, 전국 대회를 정해서 출전하는 모임이다. 소 강사는 “여름엔 오전 6시 30분, 겨울엔 오전 7시에 모여 달린다. 모임 장소까지 가려면 늦어도 오전 5시나 5시 30분에 일어나야 한다. 그동안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고민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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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열심히 뛰는 스타일이 아니었죠. 다른 회원들은 날씬했는데 전 살이 잘 빠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2021년 여름 매일 빠른 속도로 10km씩 3개월 걸었죠. 그때 체중이 많이 빠졌고, 이후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있었죠. 그리고 그해 11월 언택트로 열린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선배의 페이스메이커 속에 하프코스를 2시간 30분에 완주했죠. 그제야 마라톤의 맛을 좀 알게 됐습니다.”
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어깨와 발, 허벅지 등이 아파 규칙적으로 달릴 수 없었다. 하지만 “너마클 선후배들의 응원 덕분에 열심히 참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모이는 인원수 제한이 완화된 2023년부터 너마클 전체 모임에서 본격적으로 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않던 대회들도 열렸다. 하프코스를 주로 달리다 지난해 10월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지난해 초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연세가 89세인지라 재활에 5개월 정도 걸렸죠. 그때 어머니 간호하러 병원을 오가다 보니 규칙적으로 달릴 수 없었죠. 당시 메이저 대회 참가 접수가 쉽지 않던 때였는데 운 좋게 춘천마라톤 풀코스에는 참가할 수 있었죠. 8월쯤부터 제대로 훈련할 수 있었는데 10km도 버거운 몸 상태가 돼 있더군요. 더 열심히 훈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 강사는 선배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주중 2, 3회 10km씩 달렸다. 그는 “선배님 조언에 따라 하루 10km를 달리면 다음 날 쉬었다”고 했다. 주말엔 하프, 28km까지 달렸다.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대회 전에 30km 이상 달리는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을 최소 2회 이상 해야 한다. 오르막이 많은 춘천마라톤 코스를 감안해 언덕 훈련도 했다. 소 강사는 5시간 조금 넘어 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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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강사는 16일 열린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두 번째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하프코스만 2시간 25분에 달렸다. 그는 “얼마 전 딸 결혼시키느라 훈련을 하지 않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독감까지 왔다. 역시 마라톤은 정직하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아야 오래 달릴 수 있다”며 웃었다.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