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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진맥으로 몸속 진단… “종이컵 쓰지 마세요” 처방[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체험]

입력 | 2025-11-20 03:00:00

기능의학-한의학 통합 진료
대사-영양-호르몬 등 정밀 평가
진맥 통해 한의학적 체질도 분석… 신체 이상 조기 발견해 교정 도와
맞춤형 식습관-운동 처방부터 식기-조리도구 소재까지 알려줘




최근 혈액, 소변, 모발 등 검체 검사 결과로 맞춤형 처방을 하는 기능의학이 주목받고 있다. 기능의학이란 개인의 생화학적 대사 특징, 유전적 형질, 생활 방식, 식이요법,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질병의 근본 원인을 교정하고 치유 능력을 회복해 신체를 최고의 건강 상태로 달성하려는 학문이다.

몸속 건강을 찾는 기획 ‘속 동안 프로젝트’를 기능의학에서 찾아보기 위해 직접 체험에 나섰다. 몸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12주 동안 맞춤형 건강관리를 하기 위해서다. 이달 1일 기능의학을 통한 개인형 건강 처방을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광동병원을 찾았다. 광동병원은 의사와 한의사에게 통합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 혈액-소변-모발 검사로 이상 유무 확인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광동병원에서 기능의학을 통한 건강 처방을 받기 위해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가 채혈을 받고 있다. 광동병원 제공

기자는 기능의학 검사의 하나로 혈액, 소변 검사와 머리카락 검체를 통한 분석을 받았다. 체내 영양 대사, 에너지 생성, 독성 노폐물 배출 등 특정 대사 과정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소변을 받아 유기산 분석을 했다. 영양 상태 평가를 위해 혈액 속 아미노산 분석, 지방산 분석 등을 검사했다.

모발 검사를 통해 체내 중금속 축적도나 미네랄 수준도 평가했다. 면역력의 지표로 자연살해 세포(Natural killer cell)의 활성도도 분석했다. 이 외에도 갱년기와 관련된 여러 호르몬 검사와 치매 유전자 검사, 체내 비타민이나 미네랄 활용 관련 유전형질 검사 등 기능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검사가 진행됐다. 대부분 혈액검사, 대변검사 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특별히 힘든 검사는 없었다.

선은성 광동병원 기능의학 원장.

선은성 광동병원 기능의학 원장(가정의학과)은 “현대 의학에서는 원인을 찾지 못하고 질병은 아직 아닌데 몸 어딘가가 계속 불편한 상태이거나 일반 건강검진에서 놓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신체 이상 상태를 기능의학을 통해 조기에 발견해 교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우정 광동병원 한의과 오행클리닉 원장.

최우정 광동병원 한의과 오행클리닉 원장은 진맥 등 한의학 진료를 했다. 기자는 한의학적으로 소양인에 가까웠다. 인구 20∼30%인 소양인은 하체가 부실하고 소화기는 잘 발달했다. 최 원장은 “진맥 결과 잠을 깊이 자지 못하며 스트레스 관련 맥이 중간 정도로 나왔다. 목과 어깨 긴장 상태도 높다”며 “운동할 때도 하체 운동 중심으로 하고 머리 눈 목 어깨 쪽으로 결리는 증상을 줄이기 위해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 “플라스틱 용기-종이컵 사용 최소화해야”

검사는 통상 2주 정도 걸렸다. 진단 결과서는 거의 책 한 권 분량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비타민B군이 부족해 비타민B군을 강화하는 건강 보조식품을 섭취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특히 비타민B6, B9, B12, 마그네슘을 복용하라고 했다. 유기산 정량 분석 결과 대사 과정에 필요한 코엔자임 Q10 및 독성물질 해독 및 항산화 기능을 위한 클루타치온과 비타민C 복용도 필요했다. 아미노산 분석에서는 단백질 과잉 섭취 수치가 높았다. 최근 운동하면서 단백질 위주로 음식을 섭취한 게 원인이었다.

눈에 띄는 것으로는 내분비교란물질 검사에서 파라벤류, 프탈레이트류 수치가 높았다. 이는 플라스틱 용기, 생수병, 향수, 로션, 샴푸 등에서 나오는 환경 독성 물질이다. 방부제가 많이 포함된 화장품, 향수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용기나 종이컵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 추가로 환경호르몬인 과불화화합물이 높게 나와 음식을 조리할 때 테플론 대신에 스테인리스나 세라믹 조리 기구로 바꾸라는 권고를 받았다.

생활 습관 관련 처방도 이어졌다. 선 원장은 주 150분 이상 중간도 이상 유산소운동과 주 2회 이상 근력운동을 추천했다. 스트레스와 수면 관리도 필수였다. 빵, 가공식품, 튀김, 버터 등 포화 및 트랜스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 섭취를 줄이고, 당지수가 낮은 식이섬유(귀리, 현미, 렌틸콩 등 통곡물, 채소, 과일)와 불포화 지방이 많이 함유된 식품인 견과류, 올리브유 등 지중해식 식단을 추천했다.

선 원장은 “중년이 지켜야 하는 생활 습관이다. 고지혈증 수치 중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기 때문에 커피 섭취를 하루 2잔 이하로 줄이고, 커피의 기름 성분인 카페스톨을 낮추기 위해 종이 필터를 사용한 드립 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고 했다. 커피 대안으로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녹차를 추천했다. 또 단백질 과잉 섭취를 피하고 간 해독 식품인 브로콜리, 양파, 마늘, 비트, 레몬 등의 섭취를 권고했다.

최 원장은 건강한 한의학 관점의 생활 습관으로 “느리게 사는 생활 습관과 평소 3번 참고 말하기를 실천하라”며 “명상을 하고 음식으로는 각종 씨앗을 먹으며 인삼 등 열을 돋우는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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