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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취리히, 빈, 코펜하겐, 싱가포르 등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도시의 공통점 중 하나는 ‘시민 참여형 공동창조 도시(Co-creation City)’를 지향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는 점이다. 도심을 실험의 장으로 삼는 ‘취리히 도시 리빙랩(ULLZ)’, 유럽 최대 규모의 시민 참여형 공동창조 도시 프로젝트인 빈의 ‘아스페른 제슈타트(Aspern Seestadt)’, 코펜하겐을 세계 최고 자전거 도시로 발전시킨 ‘노르하운(Nordhavn)’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시민 참여형 공동창조 도시는 미래 도시계획의 표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모델은 ‘좋은 도시는 시민이 만드는 것’이라는 철학을 제도화한 것이다. 프로젝트에서는 도시계획 과정에서 시민이 직접 도시 문제를 정의하고 공무원과 함께 공동 설계를 한다. 실제 실험 과정에 참여하고, 프로젝트의 최종 평가까지 함께 진행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과거의 도시개발 계획과는 달리 시민 참여형 공동창조 도시에서는 시민이 제안한 안건이 실제 도시계획에 반영되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를 통해 도시 전반에서 공동창조가 일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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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시민 참여형 공동창조 도시를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 등 주요 도시들은 오래전부터 여러 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시도했고, 시 당국은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 지표 중 하나인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한국의 주요 도시들은 지난 십수 년간 사실상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향후 우리 사회가 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시민과의 파트너십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KPI 개선이 필수적이다. KPI는 당국의 행정적 자체 평가보다는 해당 프로젝트가 실제로 시민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시민의 만족도는 어떤지, 관련 국제 지표에서 실제적인 개선이 이뤄졌는지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시민이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도시는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도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